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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윤종두 요한 신부/ 교구 이주사목센터장

“한국어를 못하니까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왕따를 당했어요! 힘들었어요! 많이 울었어요!”
“필리핀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한국에 와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새로운 언어, 새로운 문화를 모두 적응해야만 하는 현실에서 입국 두 달 만에 들어간 학교는 0점짜리 성적표로 나를 부끄럽게 했고, 한국어가 서툴러 실수하여 오해를 살까 봐 말을 아껴야 했으며, 미래를 향한 꿈도 꿀 수 없었던 곳이었어요! 힘들었어요!”


이 두 증언은 나의 눈에서 제어할 수 없는 눈물을 흐르게 하였으며,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메아리치고 있는 내가 사랑하는 우리 센터의 이주배경 청년들의 목소리이다.


지난 8월 27일~28일까지 ‘보이지 않는 재단’ ‘백만클럽’ ‘창원이주민센터’가 공동 주관하여 마산가톨릭교육관에서 ‘대한민국 사회의 이주민의 현주소’라는 주제로 청년 토론회를 가졌다. 전국의 다양한 분야에서 열정을 쏟아내고 있는 ‘젊음이 가득한 전문가young professional’ 17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창원이주민센터의 베트남 출신 청년 2명과 필리핀 출신 청년 3명도 함께했다. 참석자들 모두가 행복한 세상, 아름다운 세상, 평화로운 세상, 평등한 세상, 정의로운 세상을 지향하고, 더 이상 단일민족이라는 민족주의적인 세상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며 서로의 다름이 강점이 되어주는 ‘상호문화주의’의 대한민국을 꿈꾸고,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의 세상을 지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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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과 함께하는 세상’은 서로의 삶을 경청하고 소통하며 서로에게 배우고 성장하며 온전함을 지향하는 ‘시노달리타스’라는 교회의 존재 본질이며, 존재 방식의 하나의 적극적 표현이라고 토론회를 통해서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나는 다양함이 함께하는 시간, 특별히 이주민과 함께하는 시간을 ‘동화주의assimilation-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상호문화주의inter-culturalism’의 3단계로 나누어 이해해 보고 싶다.


첫째로, 동화assimilation의 단계인데, 아주 간단히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모양새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명제처럼, 함께 공존하기 위해서 이주민들이 정주민인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전적으로 수용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인가? 태어나서 익힌 언어와 문화를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이것이 힘듦을 안다. 죽어라고 학교에서 영어를 배워도 미국인 앞에 서면 긴장하고, 어학연수를 다녀와도 여전히 영어점수를 만들어 내는 것에 힘들어하지 않는가? 여성이 결혼을 하면 일방적으로 시댁의 사람으로서 살아야 함을 강요받았던 우리 사회의 과거에 시댁의 이주민이었던 우리의 어머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해외여행을 가면 항상 고추장을 들고 다녀야 하고, 김치가 있어야 밥을 먹은 것 같은 우리는, 다른 세상의 언어와 문화에 동화되는 것이 어려운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민족이다. 우리 가톨릭교회만 해도 그렇다. 해외에 이주한 신자들이 한인성당을 짓고 국내에서 교포들의 모국어 서비스를 위하여 사제를 파견하지 않는가?

 

다른 세상과 더 많은 이질감을 지닌 우리가 이주민들을 향하여 ‘동화: 일방적 수용’을 쉽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감히 생각해 본다. 일방적인 ‘동화’에 대한 강요는 수용해야만 하는 사람에게는 많은 상처를 남겨왔고, 동화가 정답이 아님을 경험했다.


이 단계를 지나면 ‘다문화주의’로 건너간다. 이주민의 숫자가 불어나서 더 이상 동화와 수용을 강요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르면,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지닌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하는 시간이 도래하는 것이다. 동화를 강요하지 않고 그들의 다름을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으로 인정하는 시간이다. 동화보다는 긍정적이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라는 단어는 부정적이다. 주류사회에 동참하지 못하고,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어 공존하는 상태로 보인다. 많은 집단에서, 특히 학교 집단에서 ‘다문화’라는 단어는 ‘어딘가 어수룩한 상태에 있는’ 혹은 ‘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등의 형용사로 사용되어 집단 따돌림을 할 때의 하나의 도구로 사용된다고 한다. 실제로, 이주배경을 지닌 학생이 아닌데도 무엇인가 어설프게 말하고 행동하면, “너, 다문화야?!”라고 학생들이 놀린다고 한다. 이것이 이제는 더 이상 현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우리 것이 최고라는 자긍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문화를 폄하하는 것은 성숙되지 않은 모습이다.


마지막 단계가 ‘상호문화주의’인데 서로의 문화가 만나서, 서로의 다름에 대해 인정하며 좋은 것을 서로 나누고 경청하여 서로가 더욱 풍성해지는 단계이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단계라 생각한다. 학교에서는 이주배경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전체를 대상으로 상호문화 교육을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저출산 고령화의 이유로 이주민이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되어가는 이 시점에, 우리의 젊은이들은 다른 문화배경의 많은 이주민들과 공존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자명하기에, 서로 공생하기 위해서 잘 준비해야 한다. 더 이상 ‘동화’와 ‘다문화’ 주의에 머물지 말고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것이다.


더욱이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우리 가톨릭교회는 ‘상호문화주의’로 우리 곁에 있는 이주민들을 향하여 마음을 열고 환대하여야 할 것이다. 교회는 모든 이를 향하여 활짝 열려있는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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