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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윤종두 요한 신부/ 교구 이주사목센터장

지난 9월 10일, 이주민센터에 200여 명의 이주민들이 창원경상대병원에서 파견된 의료진을 만나러 왔다. 한국말도 어설프고, 건강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아 의료비용이 부담스러운 탓에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해서 ‘미충족 의료상태’에 놓여있던 이주민들은 몸으로 이야기했다. 


매 주일, 말끔히 차려 입고 미사를 참례하러 찾아온 이들의 감추어진 몸은, 여태껏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고장 난 몸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우리 땅에서의 삶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했다. 사실, 성체성사와 고해성사를 통해, 어렴풋이 그들의 노고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성체를 받아 모시려고 20대 청년들이 내민 손은 나무껍질처럼 딱딱한 군살이 배겨 있었다. 때로는 상처 나고, 기름때와 흙 때가 지워지지 않은 모습으로 예수님을 안아 모시기가 부끄러워 수줍게 손을 내밀었다. 고해소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예수님께 생존을 위한 거친 삶의 현장에서, 거룩히 살지 못했음을 드러내곤 했었다. 하지만, 이번 의료봉사 때는 여태껏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고단했던 육체가 살려 달라고 드러내놓고 애원하였다.

그들의 몸이 절규하는 모습을 보면서 들었던 많은 생각들 중에 하나를 나눌까 한다.


사실,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가 가속되었던 우리의 시간은 가혹하게 우리의 엄마, 아빠들을 노동하도록 시켰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건 의료실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병상수와 입원/외래환자, 장비 등 여러 측면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배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요양병상수는 OECD 평균치에서 8.7배나 높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이유도 있을 것이나, 시대적으로 이해해 보면 급속도의 경제성장을 위해, 달리 말하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뼈가 으스러져라 일해서 ‘골병’이 든 분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잘 먹지도 못하고 가족을 위해서 특별히 자녀들의 미래를 위하여 희생한 결과물로 이해해도 무방할 듯하다. 재활, 정형, 신경외과, 통증의학 전문병원이 밀집하고 장사(?)가 잘 되는 지역은 산업화의 과정 속에서 노동강도가 높았던 분들이 거주하는 곳들이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의 부의 상징과 같은 ‘강남’이란 곳은 병원의 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인데, 성형외과와 피부과가 각각 288개와 123개로 가장 많으며, 정형외과 27개로 ‘골병’든 분들을 고치는 병원은 숫자상 최하위이다. 이에 반해, 경상남도는 내과 다음으로 정형외과 107개로 가장 많고 성형외과가 24개로 최하위이다. 진료과목의 분포가 우리 지역의 ‘골병’든 사람들의 숫자를 가늠케 한다. ‘골병’드신 어르신들의 희생이 우리가 누리는 현재의 안락함의 씨앗이기에, 그분들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제, 이 어르신들의 ‘희생’의 자리를 건너온 이주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고학력의 청년 세대들은 현장 근무직보다 사무직을 선호하며, 경남의 청년 137만 명이 부산과 서울 등 대도시로 이주하였다. 100만 명을 겨우 넘는 창원 전체 인구보다 더 많은 숫자이다. 전국 산업단지의 규모를 보았을 때, 경기도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수의 노동자가 필요한 경남지역에서 일꾼들이 다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때로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청년의 일자리를 빼앗아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가 없다”면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이주노동자들을 바라보기도 하지만, 실상은 젊은 이주노동자들이 우리 산업현장을 유지해 주고 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에 의해 주 40시간 노동의 원칙이 있으나, 국민이 아닌 이주노동자들은 주·야간 근무교대로 12시간 정도를 노동 현장에서 보낸다. 본국에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을 노동의 강도를, 먹고살기 위해서 버티어 내는 것이다. “우리도 못 살 때, 다 그렇게 힘들게 일했어!”라고 말씀하신다. 나도 그 말에 동의를 한다. 그래서, 우리네 어르신들은 ‘골병’을 앓고 있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그래서 그 희생에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다. 이제, 그 ‘골병’의 순환고리를 넘겨받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좀 기울일 필요는 없을까? 이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날, 온몸으로 고해성사를 한 이주노동자들은 수고와 무거운 짐을 진 자들을 불러 모으시는 예수님과 함께한 거룩한 시간이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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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5 이주민사목 단체사진(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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