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다시 보기
2024.04.04 09:31

빈 무덤과 오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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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봉철 베드로 신부/ 성사전담

부활 성야 복음과 부활 대축일 복음은 빈 무덤 이야기이다. 내용은 안식일이 지나자 몇몇 여인들이 향유를 들고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갔다, 누가 무덤 앞을 막아 놓은 큰 돌을 치워 줄까를 걱정하면서. 그러나 그들이 도착해 보니 그 돌은 치워져 있었고, 젊은이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 그래서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마르 16,1-6 참조).


마태오는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이 빌라도에게 가서: 저 사기꾼이(πλανος-플라노스: 예수님을 지칭) 살아있을 때, 사흘 만에 되살아난다고 했으니, 그때까지는 경비병들을 시켜 그 무덤을 지켜야 합니다. 그의 제자들이 몰래 그 시체를 훔쳐내고, 그가 되살아났다고 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비병들이 그 무덤을 지키게 된다(마태 27,62-66 참조). 이 경비병들이 무덤이 빈 사실을 수석 사제들에게 알리고, 그들은 원로들과 의논한 끝에, 경비병들을 매수하여, 그들이 자는 동안, 제자들이 몰래 와서 예수님의 시신을 훔쳐 갔다고 소문을 내게 하였고, 그 소문이 오늘날까지 유다인들에게 퍼져있다고 전한다(마태 28,11-15 참조).


그런데 같은 병행 구절인 루카(24,12)와 요한(20,5-7)을 보면 위의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 루카에서는 무덤을 찾아갔던 여인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베드로가 설마 하고 무덤을 찾아갔지만, 무덤은 비어있고 아마포만 남아있었다 하고, 요한도 같은 맥락으로 베드로와 요한이 여인의 말을 듣고 무덤을 달려가 보았더니, 아마포와 함께 예수님의 얼굴을 쌌던 수건은 따로 개켜져 있었다고 전한다.


여기서 아마포는 무엇을 말하는가? 희랍어의 오토니온(οθονιον)을 번역한 것인데, 그 번역이 다양하지만(공동번역-수의: 1962년 신약성서(가톨릭)와 200주년-염포: 1961년 관주번역-세마포: 2001년 성경전서(개신교)-삼베: 킹 제임스(1611)와 1992년 영어번역-아마-옷: 독어 공동번역-아마-붕대), 그것이 무엇을 위해 사용되었는지는 분명하다. 예수님의 주검을 쌌던 아마로 짠 천을 말한다. 이 단어가 여기서 복수로 쓰였으니, 그 아마포는 여러 조각이었다.


만약 마태오처럼 경비병들이 자는 동안 제자들이 몰래 와서 예수님의 시신을 훔쳐 갔다면, 제자들이 그분의 몸을 쌌던 수의를 벗기고, 그분의 얼굴을 덮었던 수건을 풀고 얌전히 모셔갈 시간적인 여유가 과연 있었을까? 무덤이 비었고 거기에 수의와 수건이 따로 남겨져 있다는 사실은 제자들이 그분의 주검을 훔쳐 간 것이 아님을 방증하는 것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예수님 스스로 당신의 몸에 감겼던 천을 풀고 얼굴을 감쌌던 수건을 벗고 다시 일어나셔서 무덤을 떠나셨거나, 아니면 누가(천사나 하느님께서) 풀어 주었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두 가지다. 첫째는 예수님의 무덤이 비었다는 사실이고, 둘째는 그분의 제자들이 예수님의 시신을 훔쳐 가서 무덤이 빈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생각할 것이 있다. 무덤이 비었다는 것을 처음 발견한 사람들이 여인들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공관복음이나 요한도 다 같이 전한다. 당시 유다 법정에서는 증인으로 여인들이 나설 수 없었다고 한다. 성서적 근거는 사라가 하느님 앞에서조차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란다(창세 11,15 참조). 그래서 루카에서는(24,11) 여인들이 사도들에게 이 소식을 전했을 때, 헛소리로 여기고 믿지 않았지만, 남자인 베드로가 무덤에 가서 확인하고 있다. 요한은 한 사람의 증인은 법적인 효력이 작다는 것을 알기에 베드로와 요한, 둘이 무덤으로 달려가, 여인들이 전해 준 사실을 확인한다.

 

240204 8면 황봉철 신부님 원고백그라운드 이미지(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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