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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수정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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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다마好事多魔, ‘좋은 일에 마魔가 낀다’는 뜻인 이 말은 어떤 일이든 삼가 조심하여 마음의 균형을 잃지 말도록 당부하는 오랜 삶의 지혜가 담긴 말입니다. 우리 신앙인의 삶에서 하느님 체험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이와 유사하게 유혹인지 아닌지 잘 식별하라는 말들을 합니다.


세례를 받으신 예수님께서는 눈에 선명히 보이는 비둘기 형체의 성령, 하늘로부터 귀에 분명하게 들려오는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루카 3,22 참조)는 소리를 듣는 체험을 하셨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성령 체험을 하신 분들이 예증하듯이, 눈으로 귀로 몸으로 성령을 체험하신 예수님의 마음 역시 아버지 하느님께 대한 사랑으로 뜨겁게 불타오르지 않으셨을지요? 뜨거운 용암 같은 그런 분을 성령께서는 광야로 이끄시어 사십 일 동안 악마에게 유혹받는 것을 허락하십니다. 마치 시뻘겋게 달아오른 쇳덩어리를 찬물 속에 집어넣어 담금질하듯…


악마는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는 당신 신원에 대해 결정적인 말씀을 들은 예수님께, 예수님이 들은 바로 그 말로 세 번에 걸쳐, 예수님의 정체성에 정면 도전을 가합니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당신이 내 앞에 경배하면 모두 당신 차지가 될 것이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여기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오.”(루카 4,3.7.9ㄴ) 


“너희는 결코 죽지 않는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여자가 쳐다보니 그 나무 열매는 먹음직하고 소담스러워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그것은 슬기롭게 해 줄 것처럼 탐스러웠다. 그래서 여자가 열매 하나를 따서 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자, 그도 그것을 먹었다(창세 3,4ㄴ-6).


가정假定, 의심, 왜곡된 정보를 매혹적으로 흘리며 사실과 진실, 진리를 가리고 파괴하는 더러운 영, 악마의 수법은 창세 때나, 예수님 때나, 오늘의 우리들에게나 똑같습니다. 


이 간교한 꾀임에 대한 예수님의 대응은 당신의 성령 체험이 완전히 자신 안에 인격적으로 육화된 엑스타시(자신 밖에 서 있는 상태)의 절정임을 잘 보여줍니다. 예수님께 있어 이제 삶의 중심은 더 이상 당신 자신이 아닌 아버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 말씀이 아닌, 아버지 말씀인 성경 말씀으로 악마에게 응대합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 하신 말씀이 성경에 있다.” 하고 말입니다(루카 4,4ㄴ.8ㄴㄷ.12.).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와의 관계에 치명타를 입히는 자기중심이라는 현상, 곧 근본적이고 강력한 우상 숭배의 유혹에 맞서 당신 자신의 의지로 아버지께 당신을 온전히 넘겨주시며 인격적인 관계 안에서의 몰아적인 관계를 훌륭하게 드러내십니다.


비교할 수 없이 가장 소중한 자기 자신조차 잊어버릴 만큼 타자에게 온전히 투신하는 그 사랑, 아버지와 아드님, 성령께서 초대하시는 그 성삼의 친교에 완전히 빠져드는 복된 자기 잊음의 사순 시기 되시도록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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