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
2022.03.31 11:34

하느님의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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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수정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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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행위가 사실 여부 관계없이 많은 이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폭로되고, 사람들의 지탄과 멸시, 비방과 조롱, 비웃음을 당하는 일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타인과의 관계 맺음 속에 살아가는 인간이기에 죄의 유무, 경중을 떠나 이러한 일을 겪는 고통과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경쟁자를 올가미에 걸려 넘어뜨리기 위해 가짜 뉴스를 유포하고 공격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지는 작금의 풍토와 이런 일을 저질러 신문이나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는 인물들 중에 사람이라면 당연히 느끼는 어떠한 죄책감이나 수치심도 없이 오히려 더 당당하고 뻔뻔한 이들이 적지 않음을 보는 것은 참으로 슬프고 아픈 현실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당신을 시험하여 고소할 구실을 만들려고, 간음하다 붙잡힌 여자 현장범을 끌고 와서 가운데에 세워 놓고, 예수님께 질문하는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 앞에 있습니다. “스승님, 이 여자가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혔습니다. 모세는 율법에서 이런 여자에게 돌을 던져 죽이라고 우리에게 명령하였습니다. 스승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요한 8,5)


진퇴양난, 사면초가인 상황에서, 예수님께서는 몸을 굽히시어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 쓰기 시작하십니다(요한 8,6ㄴ 참조). 당신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 쓰기 시작한 것을 두고, 히에로니무스는 “지금 여자를 고발하는 자들과 또한 죽을 운명으로 태어난 모든 이의 죄를 땅에 기록하고 계셨던 것이 분명하다”고 말씀하시고, 가경자 베다는 “과거에 당신 손가락, 곧 성령의 작용으로 돌에다 율법의 십계명을 쓰신 분이 당신임을 알려 주시려는 뜻이었습니다. 율법이 돌에 쓰인 것은 적절했습니다. 완고하고 반항적인 마음을 복종시키도록 주어진 것이 율법이기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간음하다 붙잡힌 여자를 이용하여 예수님을 공격하는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 그리고 그 상황을 마주한 예수님. 이 같은 예는 우리 매일의 일상, 우리 자신의 내면에서도 자주 직면하는 적나라한 현실이고,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이 뿌리 깊은 분열이 결국 타인과 사회의 분쟁으로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갈등과 분쟁, 폭력과 전쟁들이 나와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가슴 아프게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땅에서 일으킨 전쟁으로 전 세계가 긴박하게 움직이는 이 고통의 현실에서, 오늘도 당신 손가락으로 땅에 무언가를 쓰시는 예수님께서는 그 옛날 이집트에서 먼지를 모기로 만드신 하느님의 권능(탈출 8,15), 돌로 된 두 계약의 판인 법(신명 9,10), 벨사차르 임금의 심판(다니 5,5), 간음한 여인을 용서하신 사랑(요한 8,6), 하늘과 땅을 창조(시편 102,26)하신 하느님의 능력임을 우리에게 상기시키십니다.


세상의 죄를 없애러 오신 당신의 사명을 이루시고자 예루살렘으로 오르시는 주 예수님과 함께하는 복된 성주간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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