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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그리스도의 성혈 흠숭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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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9일은 영국의 상징, 정신적인 지주, 70년간 재임, 96세 일기로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이 있었다. 영국은 잠시 일상을 멈추며 여왕의 장례식에 집중하였다. 전 세계 500여 명의 정상과 왕족들, 그리고 주요 인사들이 여왕의 장례식을 위해 모인 자리는 세계 모든 이목의 중심이 되기에 충분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위상을 대변한 모습 자체였다. 전 세계인은 현대사의 산증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에서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20세기에서 21세기를 잇는 국제 질서 구축에 큰 영향력을 줬던 엘리자베스 2세였다. 또한 그녀도 죽음을 맞이한 한 인간이었음을 기억하며, 내 삶의 일부인 죽음을 마주해 본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영국 최장재위 군주이다. 25살의 어린 나이에 여왕의 재위에 올라 국력이 저물기 시작한 나라의 왕으로 살아야 했다. 그녀는 살아생전 늘 고른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고령에도 영국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영국 국민의 단결을 이끌었고, 정신적 지주로서 존경을 받았다. 엘리자베스 2세 재위 기간 중에 바티칸 교황 7명, 미국 대통령 14명, 영국 총리 14명이 바뀌었다. 1952년 냉전과 함께 영국과 유럽 중심의 세계 질서가 무너져 가는 것도 지켜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냉전과 탈냉전, 미국과 소련 양·강대국 체제의 성립과 붕괴, 미국 주도 시대의 현대사가 일단락됐다는 평가들도 나온다. 


21세기에 과연 군주제가 필요한가? 하며 젊은 층에서는 왕실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영국과 크게 충돌했던 아일랜드에서는 영국 여왕의 서거 소식에 축제가 벌어졌다. 거리에서는 영국 여왕의 장례식 소식에 차량의 단체 경적이 울려 퍼졌다는 소식이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관계와 비슷한 면이 있다. 우리나라가 36년간 일제 식민지였다면 아일랜드는 800년이란 세월을 살았으니 영국에 대한 아일랜드인의 국민감정이 좋지는 않은 듯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서구의 제국주의의 유산이며 구 냉전에서부터 이어진 서방 사회 중심의 세계 질서를 상징하던 인물이었다. 이제 그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96세에 죽음을 맞은 여왕의 인생 여정을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뉴스에서 계속 마주했다.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이에 대해 애도하며, 모든 이는 죽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장엄한 장례식을 치르는 여왕도 한 인간으로서의 죽음에서 비켜갈 수 없었다. 화려한 여왕으로서의 삶이었다. 왕관을 쓴 자, 하루도 편할 날 없게 지냈던 그녀를 위해 하느님께로 가는 길이 편안하길 기도했다. 여왕의 인생 여정을 보면서, 우리 인간은 태생적으로 평등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저마다 자신의 생을 살아갈 기회를 얻는 것만은 평등하게 주어졌다. 한 여성으로, 엘리자베스 2세는 여왕으로서 주어진 자신의 생을 살았다. 한 인간으로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상처받고, 고민하면서 외로울 때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내가 온 곳으로 다시 간다. 각자 주어진 생의 기회를 귀하게 받아들이며 의미 있고 행복한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모든 이가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이 생을 신명 나게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을 구하며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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