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
2023.10.26 10:57

시험을 당하는 사랑의 두 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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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그리스도의 성혈 흠숭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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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험을 당하며 인생을 살아갑니다. 예수님께서도 이 세상에서 살아가실 때 우리와 마찬가지로 시험을 여러 번 당하셨습니다. 광야에서는 악마에게, 공생활을 시작하신 후에는 사두가이파, 바리사이파, 율법 학자들에게서, 그리고 군중들로부터도 시험을 당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시험을 당하실 때마다, 우리는 예수님의 진리의 말씀을 듣게 됩니다. 예수님을 시험하려는 이들은 그분을 곤경에 처하게 하려는 것이지만, 결과는 항상 거꾸로입니다. 예수님을 막으려는 이들이 벌인 시험의 현장은 예수님께서 진리를 선포하시는 훌륭한 현장이 되어줍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사두가이들은 예수님을 어떻게든 무너뜨려보려고 몰려왔습니다. 율법 교사는 자신의 지식을 동원하여 예수님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겠다 싶은 올가미가 될 질문을 생각해 냈습니다.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이 무엇입니까?” 예수님께서는 마치 누군가가 이 질문을 해오길 기다리고 계셨던 듯,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을 꿰뚫어 단 두 계명으로 말씀하십니다. 이 두 계명은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과 목숨과 정신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하고, 우리 자신처럼 이웃을 사랑해야 합니다. 우리의 삶의 이정표가 되어줄 사랑의 두 계명입니다. 


인간이라면 반드시 따라야 할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이 두 계명이 현대에 와서 또다시 시험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예수님께서 시험을 당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첫째 계명과 둘째 계명. 즉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두 계명이 시험을 당합니다. 그리고 그 계명을 따라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시험을 당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의 이 세상에서는 하느님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다른 어떤 사람을 위해 자신을 양보하는 것이 바보스럽게 여겨집니다. 종교에 관해 조사한 통계에 의하면 현대인들의 매우 특징적인 점은 수많은 사람들이 신에 대하여 무관심하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현대인들은 자신들의 삶에서 하느님의 존재를 배제합니다. 즉 하느님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힘으로 인생을 조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종국에 가서는 죽음을 맞이할 존재이며, 하느님으로부터 와서 하느님께 돌아가야 할 피조물임을 망각한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 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자기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가장 소중하고 자기 자신을 가장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고 그럴싸하게 우리를 현혹시키는 생각들입니다. 이기심, 나르시즘 등이 자기 사랑이라고 곡해되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몫을 양보하며 희생한다면 다른 이들로부터 바보 취급을 받습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진정한 자기 사랑이란 자신의 영혼을 구하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란 걸 모르는 처사입니다. 


이 세대 안에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신같이 사랑하려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시험을 시험인 줄도 모르고 종종 당하게 됩니다. 이 세상이 우리를 시험하는 것을 교묘한 형태로 포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좀 더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그리하셨듯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시험을 분명히 알아채고 “너희는 어찌하여 나를 시험하느냐?”라며 그들의 교묘한 꾀를 지적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또한 그 시험의 시기에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랑의 계명을 우리의 말과 행동으로 선포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인간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 이외에 더 크게 따라야 할 계명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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