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
2023.11.23 11:24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하느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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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그리스도의 성혈 흠숭 수녀회

주님께서는 우리의 목자이시며 우리는 그분의 양 떼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주님께서는 “내 양 떼를 찾아서 보살펴 주겠다… 몸소 내 양 떼를 먹이고, 내가 몸소 그들을 누워 쉬게 하겠다.”고 하시니 우리는 너무나 감격하고 기뻐합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공정으로 양 떼를 먹이시는 하느님께서, “기름지고 힘센 양은 없애 버리겠다”라고 말씀하시기에, 행여 우리 자신이 하느님께서 없애버리시려는 그 무리에 들지 않는지 살피고 조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름지고 힘센 양은 윤택한 삶과 세력을 누리는 이들에 대한 비유입니다. 부유함과 세력을 지니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이유가 단지 그들이 부유하고 세력이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힘센 양이 다른 양들을 제치고 좋은 풀과 음식에 먼저 다가가서, 약하고 상처 입은 양들이 그저 곁에서 부럽게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도 힘센 양은 자신의 배를 불리고 더욱 기름지고 힘이 세어지게 된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부익부 빈익빈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하여간 기름지고 힘센 양은 다른 양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배려하지 않고 살아가기에 공정하신 하느님 눈 밖에 나게 됩니다.


부유함과 세력이라는 단어 앞에 우리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과는 관련이 없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두 단어를 달리 표현한다면 우리와 관련 없지 않습니다.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넉넉한 삶, 그리고 다른 이들로부터 무시와 업신여김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인정과 존경이 보장된 지위를 우리 모두는 선망합니다. 이런 삶을 바라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도 우리가 필요한 물질의 부족함으로 고통받고 다른 이들로부터 무시와 업신여김을 받으라고 하시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타인들의 곤궁함과 고통을 모른 척하고 배려하지 않는 무관심, 다른 이들과 나누지 않고 움켜쥐기만 하려는 이기적인 모습에 강한 경고를 내리신다는 것을 오늘 복음 말씀을 통해 다시 듣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영광스러운 옥좌에 앉으실 때에, 준비된 나라를 차지할 사람들과 영원한 벌을 받는 곳으로 갈 사람들을 갈라놓으시는 기준은 매우 명백합니다. 즉,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주었느냐”는 것입니다. 작은 이들을 돌보지 않고 자신만을 위해 삶을 살아온 이들을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왕국에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온정을 베풀며,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어 주는, 사랑의 실천을 해 온 이들은 영원한 행복을 보장하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을 받게 됩니다.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우선 필요한 것은, 우리 자신들이 다른 이들에게 줄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나눔이 필요한 상황이 와도 나눌 수 없습니다. 자신이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가난한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물질, 시간, 건강, 힘, 재능… 우리는 하느님으로부터 어떤 무언가를 받아지니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이는 없습니다. 우리 자신도 다른 이와 나눌 수 있는 그 무엇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겠습니다.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것을 남들과 비교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굶주린 이에게 얼마나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주었는지, 헐벗은 이에게 얼마나 값비싼 옷을 주었는지를 하느님께서 물으시는 것이 아닙니다. 이웃을 향한 따스한 마음, 관심과 배려에서 우러나온 나눔을 살아간다면 예수님께서 영광스러운 옥좌에 앉으실 때 우리도 하느님 나라에 들게 될 것입니다.

 

231126 성혈흠숭수녀회 백그라운드(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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