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2.03.31 11:32

시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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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유시연 레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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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나 캄포광장

 

 

어느 도시이든지 가장 큰 성당을 바실리카 두오모 성당이라 부른다. 시에나 두오모 성당은 피렌체 두오모만큼이나 규모가 크다. 연한 분홍, 녹색, 흰색, 검정색, 자주색 대리석으로 지어졌는데 내부가 더 화려하다. 피렌체에 숙소를 두고 주변을 돌아보는 중에 고대도시 지미그냐노를 알게 되었다. 아침을 거르고 기차역으로 향한다. 일방통행 길이라 택시 잡기가 어려워 빠른 걸음으로 20여 분, 산 지미그냐노에 가기 위해서는 포지본시에서 환승을 해야 한다. 토스카나 지역의 마을과 주택 건물이 멀리 능선을 타고 형성되어 있다. 구릉지대에는 올리브, 밀, 유채, 포도 같은 농작물이 잘 가꾸어져 있는데 농민들이 직접 저 너른 농지를 가꾸는지 혹은 외국인 노동력을 쓰는지 궁금해진다. 고대도시 산 지미그냐노 중심 광장에 자리한 각진 돌탑이 몸체에 잡초를 키워낸 채 침묵의 시간을 견디며 이방인을 맞아준다. 단체 여행자들에게 끼어 성곽 꼭대기에 올라갔더니 토스카나의 구릉지대가 첩첩이 포개어져 주름 잡히듯 펼쳐져 있다. 드라마 신사임당 배경으로 나오는 토스카나 지역은 기름진 토지와 상업, 은행업을 배경으로 이웃 도시와의 경쟁으로부터 견고한 위치를 확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1300여 년의 바람은 돌벽과 건물을 쓰다듬으며 부침의 흔적을 간직하고, 편안한 색채로 웅크린 마을의 지붕에는 비둘기가 터를 잡아 살고 있는 정경이 소박하게 시선을 잡아끈다. 광장 계단에서 로만칼라 신부에게 축복을 청한다. 주저 없이 성호를 긋고 축복하는 젊은 제임스 신부는 멕시코에서 온 부모와 여행 중이라고 했다. 로마 홀리 하우스에 한국인 형제들이 있다며 귀국 전 아침미사에 오라고 주소를 알려준다. 어느 곳 어느 도시에나 오랜 세월을 지켜 온 성당이 있다. 지미그냐노에는 성 어거스틴 대성당 안 유리관에 아쑨따 성녀가 썩지 않은 육신으로 누워 있다. 수도복을 곱게 입고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아쑨따 성녀의 얼굴위로 시간이 멈춰 있다. 움브리아의 아시시와 토스카나 지역에서 가톨릭 성인이 많이 나왔는데 그런 배경 때문일까. 이번 여정에는 썩지 않은 성인들을 많이 본다. 성녀 키아라, 아쑨따, 말가리다… 그들을 모셔두는 것은 예수 재림 신앙과 깊은 관련이 있는 듯하다. 예수 재림 때 온전한 육신으로 부활하리라는 믿음이 있다고 본다. 따가운 지중해의 봄볕이 온몸에 파고든다. 햇볕을 피해 그늘에 들어서면 금세 냉기가 스며들며 추위가 에워싼다. 추위에 떨다가 계단에서 햇빛을 쬐는데 애리조나에서 온 두 여자, 제인과 쥬디가 말을 건다. 나란히 앉아 따뜻한 볕을 쪼이다가 사진을 같이 찍는다. 저녁 해가 기운다. 오래 걸어서 다리가 아프고 피곤하다.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 비집고 들어가 새치기로 버스를 기다리는데 눈 밝은 청년이 뭐라고 하며 뒤에 가서 서란다. 할 수 없이 맨 뒤로 돌아갔더니 줄이 더 길어졌다. 직행이나 완행이나 버스 비용이 같다. 아시시에서 기차를 타고 페루자로 이동할 때 넓고 편하게 가고 싶어서 1인 4유로쯤인가 더 주고 퍼스트 클래스, 일등석을 끊었는데 일반석이나 일등석이나 똑같았다.

 

기행 에세이집 『이태리에서 수도원을 순례하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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