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요셉 형제가 어머니 사는 동네 어귀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생활하는 형제가 있다고 하여 함께 갔던 그날은 잔 비가 뿌리고 하늘은 우울하였다. 제자리가 없는 작은 서랍 속 같은 방안에는 찌든 약 내음과 알 수 없는 불안함이 가득하여 쉬이 들어설 수가 없었다. 삐죽삐죽 거리다 마주한 한 아이의 선망한 눈에는 먹구름 가득 머금은 하늘이 들어가 있었다. 쏟아질 것만 같은 하늘은 아이의 두 눈에서 그네를 타고 아이는 불안함과 초조함으로 우리의 눈치를 자꾸만 살피면서 아빠를 흔들어 대고 있었다.

“울지…마…”
“울지 마세요, 아빠!”
“아빠가 울면, 소망이도 울고 싶잖아요.”

소망이는 비록 가정 형편은 넉넉하지 못했지만, 커다란 눈망울과 해맑은 웃음이 가득한 아이로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하게 살았다. 아빠가 교통사고로 다치기 전까지는. 아빠가 교통사고로 다리 하나를 잃고 술로 아픔을 적실 때, 소망이가 세 살 되던 어느 날 엄마는 엄마의 나라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아직 배냇짓도 다 지워지기 전에 소망이는 아빠 곁에 남겨졌고, 아빠는 그동안 폐지를 모으며 소망이와 살아오다 그만 몹쓸 병에 걸리고 말았다.

한숨조차 마음껏 토할 수 없는 방 안. 고통스러워하는 아빠의 모습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나의 모습을 보던 아이는 다섯 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대범한 행동으로 “우리 아빠 귀엽죠?”라며 깊은 병의 고통 때문에 불쑥 내민 혀를 감추듯 밀어 넣는다. 그 혀는 아이가 막은 손의 공간 사이로 뚫고 나와 피었다 지며 작은 요술봉 속의 꽃이 된다. 힘겨운 듯 흘러내리는 삐뚤어진 생의 해감들이 입 주위로 흐르면 아이는 얼른 마른 수건을 가져와 닦아댄다. 자꾸만 울지 말라고 재촉하는 아이의 잔 투정에 단맛을 다시듯 입가에 작은 미소로 주름 새기는 아빠. 아이는 작은 손으로 아빠의 이마를 짚어보며 자꾸만 눈을 마주치려고 하고 아빠는 힘겨운 듯 도리질하며 외면한다. 아이가 얼른 앉은뱅이 냉장고 속에 두 손을 집어넣어 한참을 있다 아빠의 이마로 향한다. “아빠, 정신 차려”라며 차가워진 손을 아빠 이마에 올려놓고 다급한 눈동자로 살펴댄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를 보면서 아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아빠의 상태만 어루만진다. 눈살은 눈빛을 찾아 헤맨다.

그리고 먹구름이 온 방 안을 적실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는 가슴을 긋는다. 아이의 두 눈에 천둥이 쏟아진다. 우리는 가슴을 긋는다. 하늘이 마음껏 울어댄다. 별은 구름에 가렸고 아이는 별을 놓쳤다.

주님! 내가 힘든 그날에는 항상 당신을 부릅니다. 도와주시옵소서. 당신의 어린양이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