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2.03.03 09:32

아버지 성 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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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광지 가타리나 수필가

책을 들고 펼쳤을 때 한동안 덮고 싶지 않으면 성공이다. 흥미롭든지 감동적이든지 한방에 훅 와서 닿는 것이 있으면 아주 그만이다. 『아버지 성 요셉』이란 작은 책자를 선물로 받았다. 보낸 사람의 마음에 감사하며 봉투를 열고 첫 단락의 첫 행을 읽었을 때 탄성을 흘렸다.


“‘요셉’이라는 이름은 ‘하느님이 보태주신다’라는 뜻이다.”
요셉을 요셉으로 알았지 이름의 뜻이 그렇다는 건 생각지 못한 일이다. ‘하느님이 보태주신다’는 심오한 뜻이 눈길도 마음도 끌었다. 첫 단락의 소제목은 ‘덤’이었는데, 이렇게 매듭짓고 있다. “요셉은 ‘덤’이다. 하느님이 마리아와 예수님 곁에 있게 하신 그 ‘덤’이다. 그는 지금도 계속해서 그에게 의탁하는 모든 이의 삶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덤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이십 년 전 남편과 산에 갔다가 그는 죽고 나는 살아왔을 때부터이다. 남은 인생은 덤이라 여기며 욕심부리지 않고 살아 보기로 했다. 그런데 덤을 여기서 성 요셉과 함께 맞닥뜨리다니. 마리아와 예수님 곁에 선 요셉의 덤은 차원이 달랐다. 선량함과 겸손함의 이미지로 차 있던 요셉에 덤이 더해지니 말할 수 없는 전율이 훑고 갔다.


비로소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이 ‘귀한’ 책의 내용을 살폈다. 요셉 성인에 관한 30가지 묵상은 루이지 마리아 에피코코 신부의 글이다. 그다음에는 성 요셉의 해 프란치스코 교황 교서 「아버지의 마음으로」가 실려 있다. 이어 안토니오 벨로 주교가 쓴 요셉 성인께 드리는 편지도 실려 있다. 끝에는 여러 가지 요셉 성인께 드리는 기도가 들어 있다. 이 글들을 우리말로 옮긴이는 성염 전 교황대사이다.


에피피코 신부의 짧은 묵상은 나로 하여금 발상의 전환을 하도록 도왔다. 판에 박히지 않은 사유를 통해 요셉에게 다가가 폭넓게 이해하게 했다. 잔잔한데 놀라운 글들이 가슴을 두드렸다. 아버지의 마음을 담은 교황 교서에서 나는 특히 ‘창의적 용기를 지닌 아버지’에 주목했다. 미처 요셉에게서 생각지 못한 ‘창의적 용기’를 보게 되었다. 요셉은 베들레헴에 도착해 마리아가 해산할 장소를 찾지 못할 때, 외양간을 준비하여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을 따뜻하게 맞이할 장소로 바꾸었다. 또 절박한 헤로데의 음모를 피해, 한밤중에 일어나 가족을 보듬고 이집트를 떠날 채비를 하는 요셉에게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벨로 주교가 요셉 성인에게 쓴 아름다운 긴 편지에는 두 손이 모아졌다. 요셉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말하면서 인간세태를 자책하는 글을 따라가며 나는 머리를 조아렸다.


어쩌다 인연이 된 성염 선생이 이 책을 보내왔다. 함양 산골에서 주로 성 아우구스티노 저술을 번역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학자이다. 『아버지 성 요셉』을 옮긴 글은 부드럽고 문학의 향기를 담아 영혼이 훈훈해진다. 3월 성 요셉 성월을 맞아 다시 책을 펼쳤다. 서른 개의 묵상 글을 매일 읽으며 아버지 성 요셉에게 다가앉는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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