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2.02.23 17:01

하느님 전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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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시탁 스테파노 시인

하느님, 하느님이 계시는 하늘나라는 평안하십니까.
행여 천사들이 속을 태우거나 사탄이 기웃거려 하느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는지요. 하느님께서 손수 만드신 이 세상은 코로나라는 고약한 역병이 번져서 사람들이 죽을 맛입니다. 2년째 마스크로 입을 봉하고 있으니 일상이 무너져서 무미건조한 시간만 축내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란 게 있어서 사람들이 서로 만나지도 못하고 마음은 가까이 두고 몸은 멀리 떨어지라고 하니 그게 리모컨으로 조작하는 것도 아닌데 어디 마음대로 되어야지요.


봉한 입은 양식을 먹을 때만 여니 먹기 위해 입을 여는 것도 서글픕니다. 그렇게 먹는 양식이 무슨 소화가 되어 영육의 살이 오를는지요. 눈만 빼꼼히 내놓고 사니 이제 눈만 봐도 사람을 알아보겠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입을 가리니 사람들이 모두 선해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입은 좀 흉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남들 험담하고 욕하고 침 뱉고 과음 과식하고 심하면 토해내고 그 역할을 하는 게 입이잖아요. 그 입을 가려도 전염병은 사그라들 조짐이 없고 오히려 일파만파로 번져서 이 세상은 참으로 혼란스럽습니다.


성당에서도 거리두기 때문에 띄어 앉아 미사를 보니 옆구리로 황소바람이 기어듭니다. 미사가 끝나면 차라도 한잔하면서 정담을 나누는데 그것마저도 하지 못합니다. 미사가 끝나면 바람같이 귀가해서 무슨 똥이라도 만진 듯 비누로 손을 박박 문질러 씻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새 세상을 우리 인간들이 소중히 지키고 보존하지는 못할망정 하염없이 망가뜨려 결국은 그 대가로 몹쓸 전염병을 얻었으니 입이 있는 들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그러니 그 입 다물라 하셔서 이렇게 마스크를 쓰는가 봅니다. 벌을 받으면 기도하고 회개해야 함에도 불평이나 늘어놓는다고 화를 내실지 모르지만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신심의 저울에 달면 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들은 명분이 없다고 말없이 하늘만 쳐다보며 한숨이나 내쉬니 선풍기 1단만 틀어도 날아갈 듯한 신심을 가진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온 인간은 무식한 게 용감하다고 감히 대놓고 물어라도 볼 수는 있지 않겠습니까. 언제까지 이 고통이 지속될지 벗어나기 위한 방도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이 질병을 조금이라도 단축시킬 수 있는지요. 이제 봉한 입에서도 먼지가 앉고 곰팡이가 슬어 쿰쿰한 입으로는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것도 죄스럽습니다. 입이 더러워 입을 봉했다면 앞으로는 더러운 것 먹지 않고 남의 험담이나 욕도 하지 않겠습니다. 말도 가려가며 하겠습니다. 부디 입을 열어 주십시오. 인간들도 고통을 받고 정신을 차렸을 테니 제발 이쯤에서 코로나 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정이 많으신 하느님께서도 돌아앉아 외면하시기도 여간 힘드시지 않습니까. 그래도 깨물어보면 아픈 손가락인데 모르시는 척 툭 한 번 건드리듯 은총을 내려주십시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추신: 코로나로 사망하신 분들은 가족의 품에서 이별도 하지 못했으니 하느님께서 거두어 주십시오.

 

220227 5면백그라운드(영혼의뜨락, 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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