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2.03.17 10:47

롤러코스터에서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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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유철 스테파노 시인

220320 영혼의뜨락 롤러코스트(홈피용).jpg

 

얼마 전 대학생들과 <롤러코스터에서 내리다>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롤러코스터는 궤도를 따라 빠르게 달리는 기구이다. 학생들은 대학, 낭만, 인생, 젊음, 열정이 아닌 스펙과 취업에 매달리는 그들의 현실을 고민했다. 그리고 스스로와 서로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가 롤러코스터에서 내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학생들은 예리하게 프로그램의 목적을 ‘방향전환’으로 읽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신선하고 진지했다.


며칠 사이로 알 만한 사람들의 부고소식을 들었다. 때가 되어 철새가 사라져도 아쉬운 것이거늘 지인들이 길 떠난다는 소식은 많은 여운을 남긴다. 그들은 이제야 롤러코스터에서 내린 것일까? 그들이 노환으로, 심장마비로, 코로나19로, 수많은 병명으로 맞닥뜨린 죽음은 탈출인가? 방향전환인가? 사라짐인가? 


사순3주일의 입당송인 “제 발을 그물에서 빼내 주시리니, 제 눈은 언제나 주님을 바라보나이다. 저를 돌아보시어 자비를 베푸소서. 외롭고 가련한 몸이옵니다.” 시편이 저절로 나온다.


롤러코스터에서 내리는 일은 “미안해”라는 말과 같다고 지인들의 떠남을 보며 새긴다. 프로그램을 함께한 대학생들이 “롤러코스터에서 내려도 지레짐작 우려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즐겁게 삶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젊은이들의 환함을 보면서 외줄 로프를 타던 나의 고뇌를 이제야 내려놓을 수 있음을 느낀다. 나는 결국 롤러코스터를 내릴 수 있을 것인가?


오래전 짧게 수도자로 사는 동안 만났던 독일인 수사가 했던 말을 기억한다. “혼자는 공동체를, 그리고 공동체는 혼자를 거룩하게 두려워하면서 서로 어우러지는 것. 그것이 삶일세. 고독 없는 친교는 많은 말을 낳고, 친교 없는 고독은 교만을 낳게 된다네.” 마주칠 때마다 먼저 환하게 웃던 그 수도자도 내가 오십이 되기 전 길을 떠났다. 나는 그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그는 혼자였는지 공동체였는지, 고독 속에 머물렀음인지 친교 속에 살았던 것인지. 단지 나는 알고 있다. 그 모든 것이 롤러코스터 안에 있는 것이고 거기에서 내려도 하느님 안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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