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열 살이 되지 않은 거제의 막내 예쁜 하청본당이다. 성당건물 외벽에 붙어 선 성모상과 그 아래 알록달록 타일 무늬가 정답게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작은 성전에 들어서면 밝은 타일화로 구성된 ‘십자가의 길’ 각처들이 친근감을 불러일으킨다. 제대 왼편에 본당주보성인 요셉상이 아기예수님을 안고 서 계신다. 모든 가정의 수호자 요셉에 따라 신자들의 가정도, 신자들의 마음도 온화하게 다스려진다.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공동체
주일미사를 올리는 시간, 세대차 나는 복사가 눈길을 끈다. 20대 청년과 70대 노년이 사제의 좌우에 선 모습이 정다운 이 성당의 한 면을 보게 한다. 왼편 창가로 자리한 열 명쯤 되는 성가대가 소리를 높인다. 미사곡도 어렵사리 신자들을 리드하며 전례를 돕는다. 반주의 시작이 더뎌도 이현우 요한 주임 신부는 미소를 띠며 기다린다. 신자들도 덩달아 기다려 함께 소리를 모은다. 작은 성당을 채우는 노래는 그리 매끄럽지 않아도 소중하게 들린다. 강론 때 사제는 먼저 성가대의 첫 출발이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말한다. 지난주에 결성했는데, 벌써 실행에 옮겨 완전한 미사 봉헌을 이루니 가슴이 벅차다고 한다. 여든 살이지만 이문자 마리아 지휘자는 지역사회에서도 활동하는 인재다. 반주자를 삼고초려 끝에 구해 오고, 남녀 성가단원을 모아 주님 찬미의 노력을 기울인다.
공지사항 시간에는 다른 교구에서 처음 이 성당에 온 한 가족 네 명이 앞으로 나가 선물을 받고 환영받는다. 가족여행을 와서 인근 리조트에서 묵고 있단다. 이처럼 하청성당은 관광객들이 자주 찾아온다. 가족적인 작은 성당을 방문한 외지 사람들은 모두들 감동을 안고 떠난다. 하청성당 주보 1면에는 특이하게 성당청소 조별명단이 큼직하게 게재되어 있다. 성전 안팎이 늘 반짝반짝 빛나는 비결이다. 신자들은 내 집처럼 성당을 가꾸고 아낀다.
사랑을 실천하는 작은 공동체
미사 후 로비에는 정영숙 사비나 사목회장이 솔선수범 차를 봉사하고, 차를 마시는 사람들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룬다. 올 5월에 개편된 사목위원회는 처음으로 여성이 회장을 맡아 특히 친교에 힘을 모으고 있다. 회장을 비롯하여 사목위원들은 특전미사와 중심미사에서 신자들을 맞아들이고, 배웅하는 일에 사제와 함께 정성을 다한다. 서로 칭찬하고, 고맙다고 인사하는 친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바탕 인사들이 오가고 신자들이 떠난 후, 로비 한쪽에 놓인 긴 원목탁자에는 연령회 월례회가 진행된다. 옥학석 요한 회장과 사제를 중심으로 회원들이 둘러앉아 구성진 시작기도를 올린다. 전신자가 연령회원이라 회비를 납부하고, 활동 회원들은 정기모임에 참석하며 직접적인 활동을 한다. 옥 회장은 마지막 공소 회장을 역임했다. 장평성당에서부터 연령회원으로 활동하다가 이곳에서 연령회장을 맡아 9년째 이어오고 있다. 다른 회원들도 신심단체에서 열성을 다하는 사람들이다. 이현우 신부는 이곳 신자들이 본당뿐 아니라 교구 차원에서도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으며, 교구에서 주관하는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자랑한다. 3년 전 서울서 귀촌하여 지나가다 성모님에 끌려 교적을 옮겼다는 한 형제는 연령회에서 활동하며 가만가만 정을 쌓고 있단다.
연령회
기쁨 가득한 열린 공동체
2014년 12월에 하청성당이 설립되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55년에 장승포본당 관할의 하청공소를 개소하여 이 지역의 신앙의 모태가 되었다. 1975년에는 고현본당 설립으로 그 관할이 되었다가, 1994년에 장평본당 설립으로 그곳 관할로 변경되었다. 2013년부터 본당 승격의 준비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가을에 성전 신축 기공식을 가졌고, 이듬해 7월 안명옥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주교의 집전으로 성전 봉헌식을 거행했다. 그해 겨울에 장평성당에서 분가하여 하청본당으로 승격하였다.
신자들은 죽순을 팔아서 성전 건립에 나섰던 때를 회고한다. 유자차와 김도 팔겠다고 교구의 본당을 찾아다녔던 지난한 시간들이 축복의 날로 변화되었다. 한 신자는 장평까지 차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갔는데, 하청성당이 생겨 기뻐 뛰는 마음으로 감사할 뿐이란다. 또 냉담을 풀고 평일미사에 참례하며 얼마나 큰 기쁨을 얻는지 모른다는 사람도 있다. 아침에 미사에 왔다가 오후에 기도회에도 오며 성당을 들락거리며 애지중지하는 신자들이 많다.
하청성당 문은 24시간 열려 있다. 신자들이 수시로 오며가며 기도하고, 여행자들도 들려 성체조배를 할 수 있다. 언덕 높은 곳에 자리한 성당의 종탑 예수성심께서 ‘다 나에게로 오라’고 팔을 벌리신다.
더 안정된 열 살을 향해
초대 주임 김인식 신부는 새 본당 새 살림을 꾸리며 자리를 잡느라고 동분서주 3년을 보냈다. 2대 주임 남영철 신부는 2년 동안 안팎의 필요한 가구와 시설을 목재로 장만하고 틀을 갖추었다. 3대 주임 김형렬 신부는 코로나19의 난관에 맞닥뜨려 3년 동안 내적으로 기도의 시간을 보냈다.
4대 주임으로 올해 부임한 이현우 신부는 코로나가 해제되었기에 공동체의 분위기를 되살리는 사목을 해야 했다. 내년으로 다가온 설립 10주년에 대한 설계도 필요하다. 체제정비를 위해 골몰하며 조금씩 나아가려 한다. 새로운 선교보다는 냉담자 위주로 가정방문을 하고, 한 달에 두 번 소공동체 미사를 실시하여 신자들을 가깝게 만난다. 성가대, 소공동체, 레지오가 중심을 잡고 다른 신심단체에서도 신자들이 활동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신심 깊은 어른들이 가족들을 신앙으로 잘 이끄는 성당이라 사목자를 잘 따라주는 점이 늘 고맙다. 하나씩 더하고 안정되어 가는 하청성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