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3.11.09 10:05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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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문정임 젬마 시인

동네 가운데 있는 성당을 가려면 우리 집에서는 걸어서 4분이 걸린다. 골목을 한 번만 꺾으면 된다. 그 골목 안에 지붕 위로 훌쩍 솟은 종려 3그루를 키우는 이웃이 있다. 울 동네 골목정원 위원인 나는 오가며 슬쩍 그 나무들을 훔쳐본다. 족히 10년은 넘었을 그 장대한 키와 위용을. 멋있다. 그러나 허옇게 바래버린, 추레한 노인네의 수염 자락 같은 진잎이 눈에 거슬렸다. 어떻게 하면 저것을 제거해 드릴 수 있을까? 삼단 사다리만을 생각하며 오가다가 어느 날 대문 곁에서 풀꽃 손질하는 노부인을 만났다.


“어머 안녕하세요?(하이톤으로 밝고 명랑하게) 꽃을 참 잘 가꾸시네요. 지나다니며 늘 궁금했어요.” 너스레를 떨며 다가가서 ‘저는 저기 건너편에 사는 사람이고 꽃 좀 키운다’고 인사했다. 자기 정원 예쁘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있겠는가. 주고받고 의기투합했다. 팔십 넘은 안노인이 50평 넘는 마당을 가꾸려니 잡풀도 우묵하니 나 있었다. 이웃에 화분 늘어 가고 가꾸고 하는 것 다 이 동네 골목정원 팀들이 하고 있다. 괜찮으시면 골목정원 팀에 가입하시면 좋겠다 등등 여러 말을 했던 것 같다. 접선에 성공하자 4분 거리를 달려가서 작업복에 장화까지 신고 와서 전문가 포스로 잡초 제거, 전정, 청소까지 쓱싹 해치웠다. 이야기하다 보니 시모님 동향 분이셨다. 인적 사항도 확인이 되니 미심쩍어 하던 마음을 조금씩 누그러뜨리는 듯 음료수를 권하며 미안타 미안타 하셨다. 결국 훤해진 마당가에서 저 진잎은 어쩔 것이냐, 큰 나무를 베어드릴까, 사다리를 가져와 쳐 드릴까 의논했다.  


노인은 왜 이런 일을 하느냐, 목적이 무엇이야, 성당 나오기를 권하려 왔느냐, 쉼 없이 확인하기에 바쁘셨다. 아니 나는 그냥 나무 가꾸고 꽃 심고 모종 나누고 동네가 푸르고 예뻐지길 바랄 뿐이다 라고 해도 참 세상에 별 사람 다 보겠다는 얼굴이다. 남동생한테 여차저차하다 전화하니 차 기름값으로 해결해 주겠다 해서 약속하고 왔다. 다음날 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드님이 설에 가서 큰 나무는 정리할 터이니 그만두라고 하란다고.


그도 그럴 것 같았다. 처음 본 사람이 자기 집보다 더 자연스럽게 풀을 매고 쓰레기를 차에 실어 치워주니까 뭔가 수상한데 아무래도 공짜라는 게 더욱 의심이 가는 거였다. 며칠 있다가 성당 다니는 어떤 이가 알 수 없는 일을 했다는 소문이 동네방네 떠돌았나 보다. 구역 형님들이 ‘들어보니 너 같더라’며 확인 전화가 몇 차례 왔다. 그리고 사례를 못해 미안하다시더라고.


나는 그때 뭔가 느낌이 왔다. 아하 나의 하느님도 내게, 아니 우리들에게 오로지, 사심 없이, 순수하게 잘해 주고 싶어 하셨는데 내가, 우리가 끝없이 의심만 했구나! 못 미더워하는 분을 보니 참 알기가 쉬웠다. 지금껏 내게 축복이, 은총이 내리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이 순전히 내 잘못이구나, 내가 몰라뵈었던 것뿐이었구나. 단, 주님도 나에게 진잎이 있는지 썩은 가지가 너저분한지 늘 관찰하고 계시다가 이런 시혜를 참다못해 베푸신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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