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4.03.22 10:15

귀하지 않은 목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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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현숙 아마따 수필가

전국 각지의 산업 현장에서 산업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천운으로 경미한 부상에 그치기도 하지만 영구적인 신체장애를 입거나 심지어 하나뿐인 생명을 잃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어느 날 멀쩡히 출근한 내 가족이 졸지에 싸늘한 시신이 되어 두 번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상상해 보자.


안전보건공단이 수집한 재해 사례를 보면 제조업, 건설업, 조선업, 서비스업 등 각 분야별 떨어짐, 끼임, 부딪힘, 깔림, 맞음, 넘어짐, 무너짐, 뒤집힘, 화재, 폭발, 질식, 중독, 미끄러짐, 베임, 찔림, 감김, 절단 사고 등으로 대별된다. 그중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것은 작업발판이나 이동식 사다리에서 추락, 하역 작업 중 트레일러에서 추락, 가지치기 작업이나 벌목 작업 중 추락, 엘리베이터 수리 중 추락, 선박 용접 작업 중 추락, 화물 운반 중 리프트에서 추락, 지붕 작업 중 추락, 고층아파트 유리창 교체 중 추락 등 떨어짐 사고다.  


기타 유형으로 회전 기계 정비 중 끼임, 지게차 출하 작업 중 끼임, 프레스에 끼임, 하역 작업 중 지게차와 냉동 탑차 사이에 끼임, LPG 선박 건조 중 화재, 산소절단기로 선박 절단 중 화재, 집진기 청소 작업 중 폭발과 화재, 콘크리트 타설 중 거푸집동바리 붕괴로 인한 매몰, 굴착매설 작업 중 붕괴된 토사에 매몰, 거푸집 해체 작업 중 낙하물에 맞음, 폭설로 인해 붕괴된 구조물에 깔림, 선박 용접 작업 중 감전, 화물 열차 연결·분리 작업 중 기관차에 치임 등이 있다. 사고 불문하고 당시의 정황들은 하나같이 간담을 서늘케 한다. 


만시지탄이지만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사고 재발을 방지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명백한 인재마저 불의의 사고로 치부하면서 더 이상 강 너머 불구경하듯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 사고 원인의 철저한 분석과 더불어 안전 불감증에 대한 경각심 고취, 추락 방지용 안전대나 안전난간 강화 같은 사전 예방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작업자들도 자발적으로 안전 수칙을 엄수하고 다소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안전장비를 필히 착용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국내 산업에서 중추 역할을 수행하지만 자금력 열세로 인해 기술개발 투자가 제한적이다 보니 만성적인 저생산성과 높은 이직률에 따른 저고용안정성에 시달린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한 인력과 장비와 시설에 비용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경영주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결코 넘지 못할 산은 아니다. 자신의 골육에게도 기꺼이 권할 만한 작업 환경인지 여부가 첩첩한 산업재해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


산업 현장의 최일선에서 구슬땀을 흘리다 이슬로 사라진 사람들, 살아서 산재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근로자들. 그들은 먹고살기 위해 일터로 갔다. 죽으려고 간 게 아니다. 이 모두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기계 부품 취급하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당신의 모상대로 인간을 창조하신 하느님을 언제까지 배신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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