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4.03.28 09:11

로만칼라와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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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정식 베드로 수필가

의복이 날개라는 말이 있듯이 옷은 사람의 영혼을 방증합니다. 그 말은 우리가 입는 옷이 우리의 정신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소박하지만 깔끔하게 옷을 입은 사람은 그 마음도 겸손하고 깨끗할 터이고 반면에 사치스러운 옷을 입은 사람은 그 마음이 허영심으로 가득 차 있을 터이니까요.


예복은 더욱 그렇습니다. 가톨릭 성직자가 입고 있는 의상이 우리가 제사 때나 명절 때 입는 두루마기보다 또는 절에 중이 입는 승복보다 멋있고 품격 있어 보이는 건  내가 가톨릭 신자가 되기 전부터였습니다. 실제로 내가 신부님들이 입고 있는 그 의상 때문에 개신교가 아닌 가톨릭 성당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가 되었던 것입니다.


가톨릭 성직자들이 입는 예복이 ‘로만칼라’라는 이름과 그 이름이 갖는 의미가 신성불가침임을 나는 최근에야 알고서, 과연 그래서 그 의상이 그렇게 경건하고 품격 있게 보였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로만칼라는 로마 가톨릭 성직자임을 상징하는 의상이고 그 목 부분에 두르는 흰 칼라가 그 포인트인데, 사제직을 수행하는 자는 마땅히 예수 그리스도처럼 한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오로지 하느님에게 헌신하며 봉헌하는 소명을 다해야 된다는 상징이라 합니다. 이 얼마나 신성하고 엄격함을 나타내는 의상입니까.


로만칼라의 착용은 8세기부터라고 합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는 베네딕토 13세 교황 때인 1724년 12월 20일에 교령으로 로만칼라의 착용을 교황청의 성직자들에게만 의무화하였고, 1725년에 이르러 전 세계의 성직자들에게 로만칼라를 착용토록 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전례 개혁의 하나로 성직자 예복을 간소화하면서 개량된 로만칼라를 착용토록 한 것입니다(가톨릭교회 교리 참조).
이렇듯 로만칼라는 가톨릭교회의 오랜 역사와 더불어 면면히 이어 온 전통적 의상인 사제복이 되어 왔습니다. 이런 유서 깊은 전통 때문인지 또는 독신인 성직자가 입는 옷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로만칼라야말로 어떤 종교 어떤 종파의 예복보다 단연코 더 신성하고 품위 있는 의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내가 잘 아는 신부님이 나에게 독백하듯 한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내가 평생 독신으로 성직자가 된 이 길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 심적 갈등이 있을 때엔 로만칼라를 입으면 말끔히 불안이 해소되고 마음이 안정된다.”고. 만약 신부님이 로만칼라 아닌 평복으로 전례를 주례한다고 가정해 보세요. 과연 성당 내 성스럽고 경건한 무드가 조성될 수 있을까요.


각설하고 우리가 아니 내가 신부님을 존중하는 것은 로만칼라의 사제복을 입고 그 어떤 신자보다도 더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선 이유 때문이라 하겠습니다. 오늘도 로만칼라를 입은 신부님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하려 성당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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