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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우리를 위하여 가난한 자 되셨다”

posted May 0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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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

“우리를 위하여 가난한 자 되셨다”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의 1984년은, 우리에게 교황성하의 방한과 103위 시성식 등 벅찬 감격과 함께 여러 가지 아쉬움을 남긴 채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교회사의 한 장(章)을 마감하면서, 오늘 구세주 성탄의 기쁨을 맞게 되었습니다.
「어둠 속에 헤매는 백성이 큰 빛을 볼 것입니다. 캄캄한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빛이 비춰올 것이다... 한 아기가 우리에게 나고, 한 아들이 우리에게 주어졌도다.」(이사 9,1-6)
오늘의 기쁨은 메시아에 대한 하느님의 약속과 그 약속에 대한 인간의 믿음과 끈질긴 기다림(희망)이 맞아 떨어져, 인간과 하느님이 메시아의 탄생을 통해 서로 만난 기쁨인 것입니다. 수 천년을 기다려온 약속된 분, 그리하여 「오시기로 되어있는 분」이셨던 예수님의 탄생은, 역사의 바퀴가 새로운 축(軸)을 따라 돌기 시작한 분기점이었습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오셨다.」
이것이 그리스도의 성탄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그러면 메시아는 왜 오셨는가? 사도 요한의 말씀대로 「하느님이 세상을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의 외아들을 보내주셔서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려는」(요한 3,16)것 외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습니다. 영원하신 분이 시간속에 들어오시고, 지존하신 분이 인간의 비참에 동참하심은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비할데 없이 크신 사랑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이것은 너무나 믿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메시아이신 예수님의 구원의 뜻을 깨닫기 위하여 그분의 말씀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에게 해방을 알려주고, 눈먼 사람들에게 시력을 주고, 억눌린 사람들을 놓아 주어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가 4,8; 이사 61,1-2)고 자신의 사명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구세주 성탄의 참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주께서 인간을 구원하시는 방법이며 또한 의지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과 본질을 같이 하셨지만... 오히려 당신의 것을 모두 버리시고 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우리와 꼭같은 인간이 되셨습니다.」(필립 2,6-7) 또한 그분은 「스스로는 부요하셨지만 우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셨습니다.」(코린후 8,9) 한마디로 주님께서는 「저 높은 곳을 향하여」가 아니라, 「저 낮은 곳을 향하여」, 「저 가난함과 비천함을 향하여」 자신을 낮추시고 인간의 비참에 동참하신 것입니다. 그분은 말구유에 비천하게 태어나시고, 가난하고 소외되고 억눌린 이들의 친구가 되셨고, 「의사가 병자에게 필요하다」고 하시며 죄인들과 어울리셨던 것입니다.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는 오늘(밤) 이러한 주님의 성탄의 신비를 묵상하면서, 주님의 구원의 뜻을 헤아려 보고, 어떤곳이 주님께서 탄생하시는 곳이며, 어떤 사람이 주님의 구원을 받기에 합당한 자인지를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주님의 도구로 구원의 역사에 참여하는 것인지를 배워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을 역사안에 계승하고 있는 교회 또한 주님을 모십 새로운 교회가 될 것입니다.
주님의 성탄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이 밤(날), 참으로 우리 마음이 주님께서 기꺼이 태어나실 말구유처럼 텅비고 겸손한 지 반성해 봅시다. 혹시 우리 마음이 「나는 너보다 낫다」는 오만과, 재물에 대한 믿음으로 꽉 차 있지나 않은지요. 우리 가정은 친한 사람들에게 카드와 선물을 보내면서도 우리 주변의 가난하고 고통받고 소외된 이웃을 향해서는 마음의 묻은 닫고 외면한 채, 오로지 「내 가족만」아는 집단적 이기주의에 빠져 있지나 않은지요. 우리 본당은 화려하게 구유와 츄리를 꾸미고 아름다운 성가가 울려 퍼지지만, 지역사회의 억눌리고 그늘진 응달의 사람들과 본당내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폐쇄적이고 이기적인 그런 단체는 아닌지요. 또한 우리 한국교회는 늘어가는 신자수에 자만하면서, 교구간의 격차와 우리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외면한 채 깊이 잠들어 있지나 않은지 반성해 봅시다.
교형자매 여러분!
「저 낮은 곳을 항하여」 내려오시고 임하시는 주님이심을 명심합시다. 우리들의 마음이 오만과 자족의 늪에 빠져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외면한다면, 우리 자신과 가정 그리고 교회와 이 사회에 주님을 영접해 들이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웃을 타인(他人)으로 여기고 맘의 문을 닫고 자신의 안일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껍질에 싸여 있는 한, 평화의 주님이신 예수님은 우리에게 오실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한국교회는 이제 200년대를 정리하고 반성하며, 300년대를 향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우리 순교선열들이 생명을 바쳐 증거한 그 신앙을 지금, 이 땅에서 우리의 삶을 통해 증거해야 할 때입니다. 그런 이유로 한국 주교단에서는 300년대를 여는 1985년을 “증거의 해”로 정하였습니다. 우리는 교황님과 세계교회가 우리 한국교회에 거는 기대는 물론, 우리 민족과 이웃들이 우리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가를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우리교회가 진정 이 겨레와 사회에 우리의 주님을 증거하는 참된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도록 이 미사 중에, 우리를 향해 자신을 낮추어 임하시는 주님 앞에 오만의 언덕을 깎아 낮추고, 우리 주변의 비천하고 낮은 곳을 향해 닫힌 마음을 열어야 하겠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의 성탄을 맞이하여 다시 한번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작은 자로 오시는 주님의 평화가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1984년 12월 25일
천주교 마산교구장 주교 장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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