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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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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


주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과 축복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풍성히 내리기를 기도하며 부활 축하의 인사를 보냅니다.
우리는 지난 사순절 40일을 지내면서 예수님의 수고 수난하심과 십자가의 죽음을 묵상하였습니다. 우리가 묵상한 바와 같이 예수님의 부활은 결코 우연한 사건이 아닙니다. 죄인인 우리들을 대신한 십자가의 당연한 귀결인 동시에 예수님의 구원 사업의 완성이라는 사건입니다. 그러기에 부활은 죽음으로부터 예수 그리스도를 일으키신 하느님의 영광이며 승리요 동시에 우리의 구원입니다. 예수님의 부활로 우리는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할 자격을 얻게 되었고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죄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듯이 세례로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리스도안에서 새롭게 태어난 우리들은 당연히 부활의 은총을 누리게 됩니다. 더 이상 죄와 죽음은 우리를 덮어 누를 수 없습니다. 만일 예수님께서 부활하시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아직도 죄와 죽음의 어두움 밑에서 신음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도 바오로의 말씀과 같이 우리의 믿음은 헛된 것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1고린 15,14)
지금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을 기뻐하며 경축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부활을 기뻐하는 것은 그 사건이 우리를 구원한 역사적인 사건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지금 우리안에 살아계시고, 부활은 지금도 우리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우리는 기뻐하고 있습니다. 부활이 일회적인 역사적인 사건이었다면 교회는 생명력을 잃었을 것이며, 저 수많은 순교자들이 그토록 어리석게 자신들의 목숨을 버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교회는 역사적인 과거의 어떤 사건을 증거하기 위하여 이 땅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순교자들도 지나간 과거의 사건을 증거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것이 아닙니다. 지금 살아계신 주님, 지금 일어나고 있는 부활을 증거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도시대부터 교회 공동체는 미사성제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선포하며 기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찬의 전례에 초대되어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일치하고 동시에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들과 일치를 이룹니다. 따라서 부활하신 주님과 더불어 사는 우리는 주님과 함께 죽고 부활하는 삶을 매일 살아야 합니다. 주님의 가르치심대로 교회가 이 땅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마태 5,13)을 다하고, 신비체의 지체인 우리 자신들이 주위의 어둠을 밝히는 작은 빛이 되기 위해서 매일 죽고 거듭나는 삶을 살아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이기적인 나 자신에게서 죽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전 생애를 죄인인 우리들을 위하여 사셨고 결국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습니다. 타인들을 위한 삶이 부활로 가는 삶임을 예수님은 우리에게 가르쳐주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무덤을 막고있던 큰 바위처럼 나를 두껍게 둘러싸고 있는 오만과 나태, 탐욕과 거짓의 껍질을 깨어 버려야 할 것입니다. 나를 짓누르는 이 껍질들을 쇄신을 통한 거듭남이 없이 우리는 결코 하느님과 화해하고 이웃과 화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화해와 포용의 너그러움 보다 단죄를 위한 무차별적인 법의 적용과 힘의 논리가 통용되는 불행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미움과 증오, 투쟁과 대결, 불신과 복수의 악순환만 거듭되는 가운데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만이 가득합니다. 이런 우리 시대의 어두움을 몰아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회심과 쇄신을 통한 화해뿐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무덤을 가로막고 있던 바위돌도, 무장한 군인들의 칼과 창도 예수님의 부활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와같이 우리가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생활로 진리를 외치고 사랑과 정의를 실천한다면 밝아오는 새날을 그 무엇도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죽음이 부활을 덮어 누를 수 없고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주님은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부활하신 주님과 더불어 사는 우리는 모두 빛의 자녀들입니다. 빛의 자녀답게 늘 기뻐하며 주위의 어둠을 밝히는 생활을 합시다. 회개와 쇄신을 통한 화해와 용서로 불신과 증오, 미움과 대결의 장막을 걷어버리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갑시다. 죽음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일으키신 하느님께서 우리도 일으켜주실 것입니다.

알렐루야!


1986년 3월 30일 부활대축일에
천주교 마산교구장 주교 장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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