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담화

2007년 교구장 성탄 담화문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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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교구장 성탄 담화문

말씀 - 하느님 위격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교우,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우리는 대림절을 지내면서 예수 아기의 탄생을 고대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오늘밤 드디어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 태어나시는 구세주의 탄생을 경축하고 기념합니다. 사람을 사랑하고 구원하시기 위해 사람이 되신 분이 태어나시기 때문입니다. 구세주의 탄생은 모든 백성에게 기쁨을 가져다주는 소식입니다. 모든 백성들에게 기쁨의 복음을 선포하시는 아기 예수께서 우리 모두에게 축복을 풍성하게 내려주시기를 기원합니다.

말씀의 신원

“한 처음에 말씀이 계셨습니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그 말씀은 하느님이셨습니다.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해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분 안에는 생명이 있었고,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습니다.”(요한 1,1-18 참조) 하지만 세상은 그 빛을 알아보지 못했고,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말씀이 말을 할 수 없는 아기의 모습으로 태어납니다. 참으로 신비입니다. 하지만 아기의 모습으로 태어나시는 말씀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보게 해주십니다. 하느님의 인격과 인품을 보여주십니다. 인간의 말 역시 말하는 사람의 생각을 드러내는 수단입니다.

사람의 생각을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말을 들으면 그 생각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말은 보이지 않는 생각을 드러내 보여주고, 보이지 않는 생각의 육화, 즉 볼 수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말입니다. 말은 말하는 사람의 인격과 인품을 드러냅니다. 말이 곧 인간이고, 인간이 곧 말입니다.

말씀을 만나면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말씀은 볼 수 없는 하느님을 드러내 보이시는 계시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 가운데 태어나시는 아기 예수는 하느님의 말씀이십니다. 그런데 그 말씀이 놀라운 방법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 나타나셨습니다. “우리는 그 말씀을 듣고 눈으로 보고 실제로 목격하고 손으로 만져 보았습니다.”(1요한 1,1)

말씀은 내 발의 등불이요 나의 길을 비추시는 빛입니다(시편 119,13). 영원히 살아 계시는 말씀은 변함이 없으시고(시편 119,89), 생명의 씨앗입니다(1베드 1,23). 말씀은 흙 도가니에 일곱 번 녹여 거른 순은입니다(시편 12,6). 말씀으로 하늘이 펼쳐지고, 그의 입김으로 별들이 돋아납니다(시편 33,6). 말씀은 우리를 치유하시고 죽음에서 구출하십니다(시편 107,20).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영혼과 정신을 갈라놓고 그 마음속에 품은 생각과 속셈을 드러냅니다(히브 4,12). 하느님께서 우리의 마음에 심으신 말씀을 공손히 받아들이면, 그 말씀은 우리를 구원할 능력을 드러냅니다(야고 1,21).

말씀을 따름

우리는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다 따르겠다고 다짐해야 합니다(탈출 24,7). 그저 듣기만 하여 자기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말고 말씀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야고 1,22). 자나 깨나 주님의 말씀을 되새겨야 하고(시편 119,97), 말씀을 받아 삼켜야 합니다(예레 15,16).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못하고 야훼의 입에서 떨어지는 말씀으로 살아야 합니다(신명 8,3).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말씀을 가지셨는데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요한 6,68)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순종하고 바르게 살면 우리에게는 어떤 병도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출애 15,26).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뜻대로 될 것이고(신명 29,8), 노여움을 푸시고 자비를 베풀어 주시며, 우리를 번성하게 해주실 것입니다(신명 13,18-19참조).

야훼의 말씀을 귀담아 들으면 우리의 발걸음이 흔들리지 않게 될 것입니다(시편 37,31). 삼가 말씀을 따라 살면 우리에게 행복의 문이 열릴 것입니다(잠언 16,20).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얻고 이미 죽음의 세계에서 벗어나 생명의 세계로 들어설 것입니다(요한 5,24).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새기고 산다면 그분의 제자가 될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진리를 알게 될 것이며,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입니다(요한 8,31-32).

말씀을 따르지 않음

말씀을 따르지 않으면 하느님을 배반하고(이사 30,9), 말씀을 우습게 여기고, 귀를 틀어막아 말씀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게 될 것입니다(예레 6,10).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잔뜩 교만해지고, 아무 것도 모르면서 쓸데없는 질문과 토론에만 미친 듯이 열중합니다. 그 결과, 시기와 다툼, 비방과 못된 의심과 분쟁이 생깁니다(1티모 6,3-5).

야훼의 말씀을 무시하면 추방당하고, 저주를 받으며(신명 27,26), 하느님께서는 무서운 재앙과 고약한 악질로 우리를 치실 것입니다(신명 28, 58-59). 약속의 땅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며(여호 5,6), 목숨을 잃을 것입니다(1역대 10,13).

야훼의 말씀을 염두에 두지 않고 그대로 지키지 않고, 거역하면 하느님의 무서운 진노가 우리에게 내릴 것이고(2역대 34,21), 종살이를 하게 될 것입니다(느헤 9,36). 마음은 고생의 질곡으로 채워질 것이고 쓰러져도 아무도 일으켜 주지 않을 것입니다(시편 107,10-12). 모퉁잇돌에 걸려 넘어지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순종하지 않은 탓이며 그것이 우리의 운명입니다(1베드 2,7-8).

말씀을 섬김

말씀이 세상 안으로 들어 오셨으나 사람들은 알아보지도 못하고 맞아들이지도 않았지만, 우리는 주님을 알고 맞아들인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말씀의 씨앗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감지합니다. 부부생활, 가정생활, 직장생활 그리고 이웃과 함께 하는 사회생활 속에서도 말씀의 씨앗이 아직 제대로 스며들지 않은 곳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말씀으로 오시는 구세주를 우리 영혼 속 깊이 받아 모시기 위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열심히 읽고, 공부하고, 묵상하고, 기도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일에 각자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마음을 활짝 열고 말씀을 우리의 삶과 정신 속 깊이 받아 모시면, 우리의 일상은 말씀과 함께 하는 축제가 될 것입니다.

인간이 영원한 생명을 얻어 하느님의 나라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삶에서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말씀을 찾아야 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받아들이는 이들은 이미 ‘하늘나라’에 한 발짝 들어 서 있는 사람들입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에 인간의 모습을 취하여 육화하시는 아기 예수님의 축복을 기원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모두와 우리 교구에 보내주신 하느님의 각별한 사랑과 은총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허락하시지 않으면 결코 만나지 못할 새해를 행복하게 맞이하시기를 빕니다. 새해에는 많은 결실을 기대하면서 희망의 씨앗을 뿌리시기를 기도합니다. 거듭 아기의 모습으로 그리고 하느님의 인품과 인격의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 탄생하시는 생명이시고 빛이신 말씀께서 여러분 모두에게 풍성한 축복을 내리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아울러 교육관 건립을 위해 정성을 봉헌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는 그 정성어린 봉헌을 늘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

2007년 성탄 대축일을 맞이하면서

교구장 안 명 옥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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