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담화

2008년 성탄 담화문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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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성 탄 담 화 문

천주교 마산교구

“우리에게 한 아기가 태어났고”

(이사 9,5)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교우,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사람을 사랑하시려고 한 아기가 태어나십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으로 태어나 가난한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 거처를 잡으십니다. 그분께서는 오늘도 끝자리에 자리를 잡으십니다. 괜찮은 자리, 돋보이는 자리, 좋은 자리, 편한 자리만을 추구했던 나날을 돌이켜 보며 초라한 구유 앞에서 깊이 뉘우칩니다. 보잘 것 없는 모습으로 오시는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우리 함께 경축 드립니다. 아울러 기쁨과 평화의 복음을 선포하시는 아기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풍성한 축복을 내려주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복음서가 전해주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 소식을 묵상 해 보고 싶습니다.

1. 마태 1, 18-25

마태오 복음 사가는 유다인들과 유다인 출신 그리스도인들을 대상으로 복음서를 기록 하였습니다. 따라서 그는 옛 계약과 새 계약의 연속성을 밝히는 일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구약은 예수님을 향하고 있으며, 예수님 안에서 모든 언약들이 성취됩니다. 기다림과 성취 사이의 연관성을 통해 하느님께서 실제로 역사하고 계시며,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된 세상의 구원자라는 사실이 입증됩니다.

복음사가의 이러한 관심사 때문에 예수님의 유년기에 대한 기록은 요셉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이 사실은 예수께서 다윗의 자손으로서 다윗 왕국을 유지하고, 이 왕국이 세상을 다스리는 하느님의 왕국이 되도록 변화시킬 언약의 상속자임을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족보는 다윗 가문의 족보로서 요셉에게로 연결됩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언약과 성취의 연관성을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에 요셉이라는 인물 다음으로 동정녀 마리아를 등장시킵니다. 마리아의 등장은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이사 7,14) 는 이사야의 예언으로 이어집니다. 마리아의 수락으로 하느님께서는 우리 중의 한 분으로 우리 가까이에 계실 수 있었습니다. 이 아기를 통해 하느님께서 인간의 역사 속으로 들어오십니다.

2. 루카 1, 26-38

예수님의 탄생과 관련된 루카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자 합니다.

장차 태어날 아기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들,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입니다.

아기의 잉태는 성령의 도우심으로 가능하게 됩니다. 성령께서는 마리아를 <감싸 주십니다>(루카 1,25). 마리아가 “예”라고 아기의 잉태를 수락함으로써 하느님과 인간사이에 만남의 공간이 마련되었고, 결과적으로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 안에서 지내실 처소를 얻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예”라고 응답한 그곳에, 즉 한 인간의 몸 안에 거처를 정하셨습니다. 이로써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승낙을 간청하고 계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명령하지 않으십니다. 인간이라는 피조물을 창조하시어 자신과 자유로이 상대하게 하셨습니다. 무한 속에 계시어 아무 탈이 없으신 분이 유한 깊숙이 들어오십니다. 물을 필요가 없는 분이 굳이 찾아오시어 눈치를 살피십니다. 애써 허리를 굽히고 얼굴을 낮추어 동의를 얻고자 수고하시는 참으로 의아하신 하느님, 그분께서 머물 방조차 없다하시며 우리에게 오신다는 기별이 들립니다.

하느님께서는 권력을 필요로 하지 않으시는 분이십니다. 대신 피조물의 자유를 필요로 하십니다. 마리아가 자유로운 의지로 승낙하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도 인간이 되실 수 없으십니다. 마리아가 “예”하고 승낙한 것은 완전한 은총의 결과입니다. 이 은총은 하느님께서 마리아가 태어나기 전부터 마리아를 감싸고 계셨던 사랑입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은총입니다. 하지만 은총은 인간의 자유를 파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유가 행사되도록 합니다. 구원의 모든 신비가 루카 복음사가의 이야기 속에 담겨있습니다. 이로써 마리아는 언제나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 38) 라는 좌우명으로 살았습니다.

3. 요한복음의 도입부

요한 복음사가는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셨다”(요한 1, 14)고 기록합니다. 우리는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는 구절에 너무 익숙해져서, 이 구절이 안고 있는 엄청난 역전과 반전을 주목하지 못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구절은 그리스도교의 본질적인 새로움을 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는 것을 말도 안 되는 것으로 그리고 상상조차도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여깁니다. 비현실적인 것으로 거부하고 이성에 반항하는 것으로 비난합니다.

하지만 요한 복음사가가 말하고 있는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것>을 담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것은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하느님만이 가능하게 하실 수 있는 사건입니다. 우리는 오로지 믿음을 통해 이 새로운 사건이 지닌 의미를 파악하려고 애쓸 뿐입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사건이 우리의 생각과 삶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입니다.

<사람이 되신 말씀>의 사건이 지니고 있는 의미는 요한복음 6장을 통해서도 밝혀지고 있습니다. 6장 51절에 드러나는 빵은 인간의 식량인 말씀을 의미합니다. 살은 자신을 제물로 희생할 것과 십자가의 신비와 그로부터 파생될 부활의 신비를 의미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신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지위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희생의 역동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복음 전체가 다 담겨있습니다. 복음의 전체 내용이 이 한 문장 안에 축약되어 있습니다. 요한 복음사가는 하느님의 거처가 육화의 결과이자 동시에 목적이라고 말합니다.

성령의 힘으로 동정녀에게서 잉태되신 예수님께서는 새로운 인류의 출발이자 새로운 존재 방식의 출발입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이러한 새로운 출발 선상에 들어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이념, 새로운 윤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그 이상의 것입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를 믿으면 새 사람이 된다(2코린 5, 17)”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모두 옛 인간의 껍질을 벗어버리고 새 인간으로 갈아입기를 다짐합니다.

4. 감사 그리고 거듭 감사

저는 지난 6월 14일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40년 동안 우리의 꿈으로 가꾸어 오던 교육관을 완공하여 하느님께 봉헌한 날이 바로 그 날이기 때문입니다. 교육관의 봉헌은 하느님의 도우심과 우리 교구민 모두의 기도와 봉헌으로 마련되었다고 자부합니다. 우리 안에는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어 놓을 신비로운 힘이 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고, 이 사실은 우리 교구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우리의 가난한 정성과 초라한 삶에도 불가능을 불가능 하지 않다는 믿음으로 바꾸어 주신 하느님과 부족한 힘이지만 모이기만 하면 엄청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우리 자신에 대한 잠재력을 확인시켜 주신 모든 교우,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에 거처를 잡으시는 분께서 내리시는 평화와 축복을 기원 드립니다.

2008년 성탄 대축일을 맞이하면서

교구장 안 명 옥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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