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담화

2009년 교구장 성탄담화문“오늘 우리 구원자, 주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셨다”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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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탄 담 화 문



“오늘 우리 구원자, 주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셨다”

(루카 2,11)



주님 안에서 사랑하는 교우,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오늘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놀랍고 감사롭고 기쁨 가득 찬 사건을 경축합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자신을 끝없이 낮추시어 유한하고 나약한 한낱 사람으로 이 세상에 오신 사건입니다. 무한하신 자비와 사랑 때문에 어두움과 불행에 갇혀 있는 인류를 구원하시려고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셨습니다. 예수 성탄은 인간의 지성으로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신비로서 참으로 위대한 사건입니다. 구세주의 탄생으로 인류와 세계의 역사 흐름이 바뀌었고 새 세상이 우리 앞에 열리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경이 증언하는 구세주께 관한 기사를 중심으로 성탄에 담긴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과 구원의지를 헤아려 보고자 합니다.

“어둠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이사 9,1)

빛은 우주 만물이 존재하기 위해 필수불가결의 요소입니다. 빛이 있어 어두움이 극복되고, 빛이 있어 비로소 생명이 시작되며 지속가능합니다. 유사 이래 인류가 공통으로 겪는 마음의 어두움과 불행도 극복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빛이 필요합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구세주의 강생 훨씬 이전에 예언자 이사야의 입을 빌려 어두움과 불행에 갇혀 신음하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큰 빛을 약속하셨습니다. 그 빛이 오면 “보라, 나 이제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리라”(이사 65,17) 라는 말씀대로 유구한 인류 역사 안에 얼룩져왔던 비극과 불행이 치유될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빛이신 구세주께서 탄생하심으로,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며, 젖먹이가 독사 굴 위에서 장난하며 젖 떨어진 아이가 살모사 굴에 손을 디밀리라”(이사 11,6.7) 라는 예언대로 인류와 모든 나라가 서로 적대감을 버리고 화평한 세상을 이루는 시대가 오게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인류가 그렇게도 애타게 고대하던 새로운 세상을 만드실 구세주께서는 분명 큰 빛이십니다.


“…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입니다”(루카 2,7)

사람이 되시어 오시는 하느님의 모습은 보통 사람의 눈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입니다. 한없이 높고 위대하신 그분께서는 낮고 가난하고 비천한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십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방을 얻지 못해 결국 마구간에서 첫 아들을 낳아 구유에 뉘게 됩니다.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같지 않고 너희 길은 내 길과 같지 않다”(이사 55,8) 라는 말씀대로 하느님의 생각은 우리 생각과 전혀 달랐습니다. 그렇지만 깊이 묵상해보면 하느님의 생각은 엄청난 가치와 존엄을 지닙니다. 세상의 선량한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 약자들은 세상에서 무능하고 무력한 존재로 항상 뒷전으로 밀리는 사람들입니다. 거기에 비해 세속은 예나 지금이나 힘의 논리로 전개되고 있어 그로인해 많은 이들이 가난과 소외의 고통을 겪습니다. 그러한 모순된 세상을 치유하고 구원하시기 위해 하느님께서는 역설적이게도 가난과 낮아짐의 원리를 선택하십니다. 또한 원죄의 뿌리가 하느님께 불순종한 교만에 있었다면 그것을 치유하는 비결 역시 겸손과 순종의 낮아짐임을 성탄은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구세주 예수님의 전 생애를 보면 병자, 가난한 자, 소외된 자들을 우선으로 따뜻하게 대하셨음이 드러납니다. 물질적으로 사회적으로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만이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부유하고 권력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에도 마음이 병들어 불행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도 구원의 품안에 안겨야 합니다. 구세주께서는 그들의 구원을 위해서도 가난과 낮아짐의 길을 가셨습니다. 그분의 한없는 낮아짐으로 인해 이 세상 그 누구도 하느님으로부터 외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 구원을 갈망하게 되었습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은 종국에는 십자가의 죽음이라는 더할 수 없이 가난하고 비천하고 낮은 자세로 막을 내립니다. 시종 하느님의 생각은 인간의 생각과 달랐습니다. 이 때문에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신앙의 길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감당키 어려운 부담이 되고 짐이 되어 거부와 기피의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그 빛이 어둠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요한 1,5.11) 라는 말씀 그대로입니다. 필경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삶은 예수님의 생애가 그러했듯 십자가와 순교의 길입니다. 그러나 성령으로 인도되는 사람들은 그분 뜻을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따릅니다. 거기서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루카 2,14) 허락되는 참 평화도 누립니다.


“ …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은총이 나타났습니다”(티토 2,11)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 선하다’라는 철학의 대원칙이 있습니다. 관찰해보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치고 선하고 아름답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만물 중에서도 사람은 ‘하느님 모습을 닮은’(창세 1,26) 아주 고귀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원죄로 말미암아 사람은 그 고귀한 품위를 상실했고 불행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된 인류를 도저히 그냥 버려두실 수 없으셨습니다. 결국 하느님 스스로 사람이 되시기까지 사람 머리로는 상상도 못할 일을 하셨습니다. 무한하신 분이 유한한 존재로, 전능하신 분이 약하디 약한 아기 모습으로, 영원하신 분이 시간 안으로 자리를 옮기셨습니다. “하늘이 땅 위에 드높이 있듯이 내 길은 너희 길 위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 위에 드높이 있다”(이사 55,9) 라는 말씀 그대로입니다.


구세주의 강생으로 인류에게 결정적 구원이 성취된 것입니다. 그분을 믿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더 이상 죄악과 불행의 늪에서 신음하지 않게 되었고 그 누구도 영원한 생명의 대열에서 제외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어떤 기쁨도 이 기쁨을 능가할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예수 성탄은 천국과 이 세상을 이어놓은 사건이라 하겠습니다. 구원이란 낱말은 간단한 것이지만 그 말 안에 내포된 내용들은 우리 이성으로는 도저히 파악되지 않을 만큼 놀랍고 풍요로운 것입니다. 성령께서 비추어 주시는 빛을 통해서만 알아들을 수 있는 무한히 값진 것입니다. 예수님의 성탄으로 과연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 눈앞에 현실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늘 기쁨 가득 찬 성탄을 맞이하여 여러분 모두에게 한없는 사랑으로 이 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님의 사랑이 풍성히 내리시길 기도합니다. 아울러 다가오는 새해에는 강생하신 우리 주님의 생애, 곧 인류 구원을 위해 십자가의 길을 기꺼이 가심으로써 순교의 원형이 되신 주님을 더욱 충실히 따르기 위해 함께 기도와 힘과 마음을 모으시기를 기원합니다. 우리 교구는 “순교 영성으로 세상의 복음화를!”이란 주제로 2010년도 사목지침을 세웠습니다. 세상을 복음화하기 위해, 주님의 길을 진실하게 따르기 위해 순교 영성이 특히 이 시대에 절실함은 모두 공감하는 바입니다. 힘들지만 주님께서 함께하여 주십니다. 금년 한해 본당과 교구 신앙 공동체를 위해 쏟아 부으신 기도와 헌신에 감사드리며 다시금 “하늘은 기뻐하고 땅은 즐거워하는”(시편 96,11) 성탄을 경축 드립니다.





2009년 성탄 대축일을 맞이하면서

교구장 안 명 옥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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