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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백남국 요한 신부

돌무화과나무 위의 자캐오

 

“그는 예수님께서 어떠한 분이신지 보려고 애썼지만 군중에 가려 볼 수가 없었다. 키가 작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질러 달려가 돌무화과나무로 올라갔다.” 유명한 사람이 지나가면 구경 삼아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괜히 기웃거리게 됩니다. 그러나 자캐오는 구경 삼아서가 아니라 정말 예수님이 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왜 자캐오는 나무 위에 올라가서까지 예수님이 보고 싶었던 것일까? 그토록 보고 싶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은 구절이 뒤에 나옵니다. “보십시오, 주님!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 것을 횡령하였다면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 주님을 만나기 이전에 이미 그의 마음속에는 새로운 삶에 대한 갈망이 강하게 솟구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을 보게 되면 그 새로운 삶에 대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부자였고 세관장이라는 직책도 지녔고 세속적으로는 성공한 인생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기 앞에선 내색하지 않아도 돌아서서는 비웃고 멸시하고 있음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죄 많은 인생, 남보다 작은 키를 만회해 보려고 높은 곳만 바라보며 악착같이 달려온 인생, 이제까지야 어찌어찌 주님의 자비심에 기대어 살아왔지만, 언제까지 이리 살 수만은 없지 않은가! 어느 날 문득 회의감이 들었겠죠.


주님의 자비와 초대로 자캐오의 삶에 변화가 시작되지만, 그전에 이미 그 역시 주님의 초대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캐오처럼 우리도 새롭게 살고 싶다는 갈망, 주님을 제대로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캐오처럼 나무 위로 올라갈 용기가 안 나서, 내 작은 키가 드러나는 것이 싫어서, 오늘도 그냥 주님 곁을 지나치고 있는 삶은 아닌지요?


1독서 지혜서의 말씀입니다.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기에 모든 사람에게 자비하시고 사람들이 회개하도록 그들의 죄를 보아 넘겨 주십니다.” 주님을 만나고 싶은 우리의 갈망이 우리의 나약함을 넘어설 수 있는, 그래서 자캐오처럼 나무 위에 올라가서라도 주님을 보고 싶은 그런 신앙생활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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