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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김용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그리고 ‘하지 않는 것’과 ‘하지 못한 것’도 분명 다릅니다. 이처럼 그 이유들이 확연히 다름에도 결국 마지막에는 이 말로 마무리를 지어버립니다. ‘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하지 않으면서 하지 못하는 것이라 여기며 ‘할 수 없었다’라고 변명을 한다거나 혹은 그와 정반대로 ‘할 수 없었다’라고 인정하지 않은 채 그저 모든 것이 가능하다라며 ‘할 수 있다’고 고집부리는 이러한 행태들을 우리는 자주 목격합니다. 이렇듯 핑계만 대고 고집만 부리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지 않으려면 ‘하지 않는 것’인지 ‘하지 못하는 것’인지 그래서 정말로 ‘할 수 없는 것’인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아야만 합니다. 그래야 ‘할 수 없었다’만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제대로 된 의미의 ‘할 수 있다’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 역시도 이와 같이 ‘할 수 없었음’을 경험하십니다. 나자렛에서 몇몇 병자 말고는 아무런 기적도 일으키실 수 없으신데, 하고자 하면 할 수 있으신 분께서 그러한 경험을 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믿지 않는 것에 놀라셨는데, ‘놀라다’라는 이 표현은 마르코 복음 내에서 대부분 예수님을 바라본 이들의 반응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유일하게 이 장면에서만 예수님 스스로가 놀라시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그리고 그 놀라움의 이유는 결국 자기 식대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편견과 선입견,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독선과 아집으로 인해 믿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예수님의 치유 장면에서는 유난히 믿음이 강조됩니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태 9,22; 마르 5,34; 10,52; 루카 8,48; 17,19; 18,42)라고 직접적으로 말씀하신다거나 혹은 ‘너희가 믿은 대로 될 것’(마태 8,13; 9,29 참조)이라고 말씀하신 이유도 결국 치유 과정에서 치유자에 대한 그리고 치유받고자 하는 ‘믿음’은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같은 장면인 마태오 복음에서는 “그들이 믿지 않으므로 그곳에서는 기적을 많이 일으키지 않으셨다.”(마태 13,58)라고 그 이유를 분명히 언급합니다. 


이처럼 믿음의 유무에 따라 할 수 있는 것도 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오늘 복음 장면을 묵상하며 우리의 믿음은 어떠한지 다시금 바라보게 됩니다. 믿는다고 하면서 나 스스로 ‘할 수 없는 것’이라 결정짓고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혹은 말로는 ‘잘할 수 있다 잘하고 있다’라고 하며 ‘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자신의 믿음을 바라본 결과 자신의 약함이 자신의 힘이고 그 약함을 자랑하듯 우리들도 믿음 안에서 내 모습을 바라보고 인정했으면 합니다. 그래야 ‘할 수 없었다’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다’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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