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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김현우 가브리엘 신부

“내 안에 머물러라”(요한 15,4)

 

세상의 수많은 거짓과 달콤한 유혹으로부터 ‘참된 것’을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혹여 참된 것을 만난다 할지라도, 그것이 정말로 참된 것인지 식별하는 일은 더욱 어렵습니다.
거짓된 것이 오히려 더 참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제생활을 하면서 저녁 식사 시간에 과일로 귤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며 절로 군침이 돌게 만드는 먹음직스러운 귤이었습니다.
저는 귤의 달콤한 맛을 기대하며 한입 가득 베어 물었는데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습니다.
시어도 너~~~무 시었습니다. 정말로 ‘빛 좋은 개살구’였습니다.
그날 이후 식탁에 오른 귤이나 과일을 볼 때면 저는 선뜻 손이 가질 않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당신이 ‘참포도나무’라고 말씀하십니다. 
신맛이 나는 가짜가 아니라 정말로 달콤한 포도를 맺는 ‘참포도나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 시대에도 지금처럼 가짜가 기승을 부렸나 봅니다. 
사실 거짓된 것일수록 자신을 감추기 위해 더욱 화려하게 자신을 포장하는 법입니다.
물건도 그렇고, 말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에 현혹되어 ‘정 주고, 마음 주고, 내 모든 걸 줬지만’, 결국 남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그 화려함에 매번 속기도 하고, 이성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자신이 ‘참포도나무’라고 말씀하실 때,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한 듯이 그곳에 맺히는 포도 열매에만 집착하여 그 맛이 어떤지는 살피지 않고, 그럴싸한 포도 열매를 맺는 데에만 정신을 쏟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포도 열매를 맺는 것처럼 보여도 제맛을 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참포도’가 아닙니다.
화려한 성전과 그럴싸한 신앙인의 옷을 갖추고 있다 할지라도, 그래서 겉모습이 참으로 고풍스럽고 거룩해 보인다 할지라도, 제맛을 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미 번지수가 잘못된 것입니다.
엉뚱한 나무에 붙어서 잘못된 열매를 맺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겉보기에 포도 열매처럼 보인다고 안심하고 있다가는 언제 잘려 나갈지 모를 일입니다.
문제는 신맛을 내고 있는데 그 사실을 무시한 채, 단맛을 내는 포도보다 더 탐스러워 보이려고, 자신을 꾸미는 데 정신을 팔고 있는 우리들의 어리석음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우리는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가지’들입니다. 그런데 자꾸 엉뚱한 곳에 매달려 우리 스스로 포도 열매를 맺으려 합니다. 이번 한 주간, 우리 각자의 신앙과 삶을 제대로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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