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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박태정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서로 사랑하여라

 

오늘 복음은 지난 주일 복음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포도나무이시고 우리는 가지로 붙어 있는 존재임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가지가 나무에서 잘려 나가면 죽을 수밖에 없듯이 예수님을 떠나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우리들이지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제자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던(요한 13,1)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7)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계셨고(요한 15,10) 아버지의 계획을 성취 하시기 위하여 목숨을 바쳐 그 일을 이루어내셨습니다. 즉 하느님의 사랑은 예수님께로 그리고 예수님에게서 우리에게로 이어집니다. 즉 사랑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심으로 드러났습니다(요한 3,16). 예수님의 사랑은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통하여 우리에게 드러났습니다. 성부와 성자로부터 이어지는 사랑은 우리들의 삶 속에서 경험되고 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습니다.


11월 위령의 날이면 세상을 떠난 영혼을 위하여 묘지에서 위령미사를 봉헌합니다. 보좌 신부 때의 일입니다만 위령미사 시작 전에 추워서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었는데 사제석 뒤편을 돌아서 제가 앉아 있던 자리 옆으로 어떤 신자분이 다가왔습니다. 그분 손에는 보온병이 들려 있었고 뚜껑을 열어 뜨거운 물을 한 잔 따르더니 마시라고 권하는 것이었습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잔을 받아들자 저의 얼굴이 화끈 달아오름을 느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다른 신부님들 신자분들도 추울 텐데 혼자만 추위를 달랜다 싶어서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그 신자분이 사제로 살아가는 동안 내내 기억이 납니다. 얼마나 추워 보였으면 다른 신부님들 다 제쳐두고 따뜻한 물 한 잔 부어 주고 자리로 돌아가셨겠습니까? 그분께 받은 것은 물 한 잔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이었습니다. 예수님 마음 닮은 분이셨습니다. 이 신자분을 통하여 예수님께서는 저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우리에 대한 사랑은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을 받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7)


따라서 우리를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치신 예수님 은혜를 기억하며 존재하는 모든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고 보살피는 따뜻한 마음으로 신앙생활의 기쁨을 간직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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