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2.09.29 11:45

두 가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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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주언 레지나 시인

나의 큰아들은 결혼 적령기를 지나고 있음에도 결혼할 마음이 없는 듯하다. 지금은 괜찮지만 나중에 나이 들면 외롭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것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다. 산술적 계산으로 인구 2명당 자녀 2명은 낳아야 인류가 유지될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결혼할 마음이 없거나, 결혼하더라도 출산할 마음이 없는 젊은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8에 불과한데 조만간 0.7대로 떨어질 예정이란다. 인구절벽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수치다. 


OECD가 조사한 작년 자료에 따르면 여성 1인당 출산율이 프랑스 1.8, 미국 1.66, 영국 1.61, 스위스 1.51, 일본 1.3, 이탈리아 1.25, 한국 0.81이었다. 우리나라가 꼴찌 수준이다. 수치들을 봐서는 개인의 원인으로 볼 수 없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한 가지 걱정은 지구 온난화다. 『호모 사피엔스』의 작가 유발 하라리는 300년쯤 지나면 인류가 멸망할 것 같다 하고,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지금처럼 계속 살다가는 이번 세기가 무사할지 의심스럽다고 한다. 이런 얘기를 듣다가 계산을 해보았다. 수명이 점점 길어지므로 2100년에는 자식들이 인생의 끄트머리쯤, 손자의 나이가 70대, 증손자가 30~40대 정도에 해당할 것 같다. 그들의 고통을 떠올려보면 차라리 내 아들들이 자식을 낳지 않는 게 아픔이 덜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이기적이고 속 좁은 소견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엄마 혹은 할머니의 마음으로, 자식 혹은 손자 손녀들이 태어나 고통 속에 살기를 누가 바라겠는가. 


그런데 이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벌써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큰 산불들, 폭우, 빙하의 소멸,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질병 등이 모두 온난화와 관련된 문제들이다. 나무들이 빨아들인 이산화탄소는 산불이 났을 때 모두 배출되고, 빙하가 녹으면 동토 속에 갇혀 있던 메탄가스가 새어 나와 이산화탄소의 몇 십 배 농도로 온난화 결과가 날 것이라 한다. 생태교란으로 바이러스는 더 극성을 부릴 것인데, 특히 빙하 아래의 땅속에는 탄저균도 갇혀 있어서 빙하가 녹으면 탄저균 전염병도 발생할 거란다. 그로 인한 피해가 시베리아에서 벌써 발생했는데 90여 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2,300여 마리의 순록이 떼죽음을 당했단다. 


결과적으로 ‘출산’보다 중요한 게 ‘기후’인 셈이다. 현대인은 물론이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 수 없는 환경이라면, 생명 탄생 그 자체가 불행이 될 것이다. 탄소 중립을 위해 세계 정상들이 가끔 모여서 기후 회의도 해왔지만, 지구에 사는 생명의 멸종 시대는 성큼 다가온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국가, 기업, 개인들이 제 나름의 노력을 한다면 이 사태를 이겨낼 수 있을까, 희미한 희망을 가져본다. 모두가 아직은 인간의 손에 달려 있으니. 더 늦기 전에 디테일한 과학적 방안들이 나오고, 우리는 거시적인 마인드로 환경윤리를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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