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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성임 클라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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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 비친 초로의 한 여인과 마주치게 되었다. 일인다역을 맡아 숨 가쁘게 살아온 나에게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어떤 위로의 말 한마디가 절실히 필요했나 보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인생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진 일기장을 펴보게 되었다. 후회와 뉘우침 곧, 죄의 회개와 보속, 참회의 순간순간들. 잘못 엎질러 놓은 실수와 오류들 『사랑의 시작』 시집은 그렇게 탄생되었다. 가슴 저 밑으로부터 지나간 수많은 시간들을 후회했다. 일기장은 고스란히 시가 되었다. 사랑의 시작은 이 시대의 사랑을 표현한 시집이다. 여러 가지 고통을 겪으며 사랑을 발견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다. 시집은 사랑에 대한 다양한 면을 다루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큰 주제는 ‘사랑의 시작’이다. 이 시집을 발표하고 난 후 많은 곳에서 공감의 글들과 문자가 남겨졌다. 성직자, 수도자 몇 분의 소감 글들도 날아왔다.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어서 문학의 힘이란 이런 거구나 하며 사명감 같은 것이 솟구쳐 올랐다.


나를 일으켜 세워 주신 분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 늘 함께하셨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어떠한 절망 속에서도 나를 위로해 주시고 달란트를 주신 분, 그런 달란트를 활용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살아온 죄? 문학을 통해 공동의 선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노력이 내겐 무엇보다 부족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문학과 신앙의 길 위를 오랫동안 걸어온 것도 달란트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도 아픔 속에 방황했던 나의 절규도 내겐 필요한 보속의 시간들이었다. 문학과 신앙은 하나의 길이기에 문학을 통한 신앙, 신앙을 통한 문학, 이 둘은 떼어놓을 수 없는 단짝 친구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169항>에 사회적 시인詩人이란 표현 속에서 다양한 움직임을 만드는 대중 운동이 요구되는데 이 운동의 관계를 교종은 ‘시인’과 같은 것이라 말씀하셨다. 마치 시인이 보이지 않는 것들을 깊고 섬세한 눈으로 바라보고 언어를 입히고 다듬고 매만져 세상으로 건져 올리듯 대중 운동은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희망을 보고 그 희망에 목소리와 몸을 입힌다. 시인의 눈으로 생명을 보라는 그 생명을 살게 하라는 이 따뜻한 표현 ‘사회적 시인’에 대해 한참을 묵상하고 또 묵상했다. 우리의 문학이 종교에 접목되면 선교의 바탕 즉 하느님 존재 인식에 눈뜨게 하고 하느님의 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성경 말씀이다. 생명의 말씀들을 묵상할 수 있음은 크나큰 은총이다. 대면, 비대면 가리지 않고 본당 공동체 구성원 몇 명과 5년째 성경통독을 지속할 수 있음도 이미 예전부터 주님께서 예비해 놓으신 건 아닐까? 


많은 작가들은 하느님의 실존을 노래했고 지금도 노래하고 있다. “이 시대 작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미 답은 교황의 회칙에서 언급한 그대로이다. 고민으로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 신앙의 비장한 눈으로 작품을 구상하고 ‘사회적 시인’으로 거듭나야겠다. “사랑해야 할 대상을 사랑하고 용서해야 할 대상을 용서”하는 참 신앙의 계율을 따르는 작가, 광대가 줄을 넘듯이 작가는 광대의 재주만을 추구하고 본받을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드러내야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글을 써야겠다. 작가의 성직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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