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3.03.24 09:53

곡선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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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정아 안젤라 동화작가

지난 명절 연휴에 아버지 산소를 찾았다. 결혼하고 두 번째다. 그동안 아버지를 찾아볼 여유도 없이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매일 같은 날의 되풀이로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살아온 것이다.

 
플라톤의 행복론을 보면, 먹고 살기에 조금 부족한 재산, 조금 부족한 외모, 자신의 평가를 절반 정도로 인정해 주는 명예 등 조금은 부족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순수한 행복이라고 말한다. 


성경에서도 ‘참행복’에 대한 말씀이 있다. 예수님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슬퍼하는 사람들’ ‘온유한 사람들’ ‘의로운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자비로운 사람들’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이 복된 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러한 행복론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이는 드물 것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은 현생에서 누리는 만족감이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힘들고 남편과 소통이 되지 않으면 남편 복이 없고, 초년의 가난으로 고생을 하면 부모 복이 없다고 말한다. 특히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삶을 불행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있다. 따지고 보면 내가 남들보다 더 나은 형편이 되고 더 나은 것을 가지게 되어야 행복하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행복을 얻기 위해 사회가 인정하는 목표 달성과 물질적 소유를 향해 빠르게, 더 빠르게 세상을 살고 있다. 때로는 남들과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이유로 냉혹한 목적만을 위해 수단을 무시하기도 한다. 그리움이나 아쉬움 같은 시간이 고여 여유를 가질만할 사이도 없이 즉석에서 결론이 나오기만 바란다. 참고 기다리는 시간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는 욕구와 욕망에 의해 고속도로를 달리듯 달려간다.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마음의 여유도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길을 잃고 국도를 헤매는 여유로움 같은 것은 잊은 채 말이다.


삶은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또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질은 달라질 수 있다. 행복은 개인적인 것보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것이 더 크다고 한다. 사람은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 속에 서로 의지하고 어울려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렇다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대해 속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행복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 다름이 조금은 더 여유를 가지고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헤매고, 성묘를 하는 동안 선물 같은 햇살이 비춰주었다. 다음 추석에는 국화꽃 한 다발을 안고 천천히 올라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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