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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광지 가타리나

안의성당 수요일 낮미사에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남성 오르간반주자가 눈길을 끈다. 미사가 끝난 후에는 그 자리에서 바로 ‘자비의 기도’가 이어진다. 제대 앞에 무릎을 꿇은 채동호 루도비코 주임 신부의 선창으로 스무 명 남짓 신자들이 소리를 높인다.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소망이 성전에 가득 채워진다. 응답을 받은 것처럼, 신자들의 돌아가는 발걸음은 온화하고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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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성당 성전


위천성당+안의성당
안의선교본당은 거창군에 있는 위천성당과 함양군에 있는 안의성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창성당 관할이었던 위천공소와 함양성당 관할이었던 안의공소를 묶어 2008년 12월 29일 선교본당으로 설립되었다. 2009년 1월에 초대 주임 김형렬 신부가 부임하여 사목을 시작했으니, 이제 14년이 된 아직도 어린 본당이다.

 

230416 안의성당(홈피용).jpg

안의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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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천성당


사제관은 안의에 있지만, 모든 것들은 반반 나누어 한 본당을 만든다. 미사시간도 사목회의에서 결정하여 나누어 시행한다. 현재는 주일미사 10시 30분에 안의, 오후 5시는 위천에서 바친다, 평일미사는 수·금 10시에 안의, 화·목 저녁 7시 30분에 위천이다. 두 성당의 거리는 차로 20분 정도이니 이쪽저쪽 자유롭게 참석하는 경우도 있다. 2년에 한 번씩 바꿔서 시행하고 겨울철에는 오후 4시로 변경하는 탄력성을 가진다. 주일미사에 안의는 45명 정도, 위천은 55명 정도 나오는 작은 성당 두 개다.


사목협의회는 재경부장과 총무만 공동으로 하고, 위천성당은 김혜명 모니카 회장을 비롯한 사목위원들이 있고, 안의성당은 하은옥 베르타 회장을 비롯한 사목위원들이 각각 선임되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사제관 건축을 봉헌했던 장성용 요한이 승합차가 매우 낡은 것을 걱정하여 2021년 10월 안의에 새 승합차를 기증했다. 매우 기쁜 일이었으나 ‘위천은 어쩌고, 안의만 새 차를 타겠느냐’ 하는 불편함에 놓였다. 사제와 신자들이 한마음으로 돈을 만들었다. 안의·위천에서 타던 헌 차를 각각 매도한 돈에 양쪽에서 각각 모금한 돈을 보탰다. 그래도 모자란 돈은 몇 군데에서 용케 굴러들어와, 거뜬히 삼천여 만원이 되었다. 2022년 6월 위천에도 똑같은 승합차가 도착했고, 공동체의 기쁨은 말할 수 없이 컸다.

 

230416 본당순례 안의선교 승합차(홈피용).jpg


사람도 귀하고 신심도 귀한 시골    
주임 사제와 하은옥 안의회장이 자리했다. 부임 3년차를 맞이한 채동호 신부는 이제는 양쪽을 오가는 사목이 익숙하여 번거롭지도 않단다. 신자들이 더 많은 요구를 하면 더 좋고 기꺼이 받아들이려 한다. 숫자가 적다고 소홀하게 넘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소신으로 사목에 임한다. 그래서 미국에서 경험한 자비의 사도 피정을 떠올리고 이곳 신자들의 신심을 위해 자비의 기도를 하게 되었다. 지난해 5월 사파동성당 신자들이 기증한 자비의 성상을 제대에 설치하여 축복식을 하고, 가정용 성상과 기도책은 신자들에게 배부했다. 신자들의 올바른 신심과 공감을 얻기 위한 강론을 몇 차례 했다. 그냥 걸어 놓으면 부적이 될 뿐이니 꼭 기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화요일은 위천에서 수요일은 안의에서 신자 전체가 기도를 바친다. 또 성시간은 첫 목요일 저녁에 위천에서 바치고, 성모신심미사는 첫 토요일 아침 7시에 안의에서 바친다. 이른 아침미사가 있는 날은 성당 가까이에서 추어탕가게를 운영하는 김철우 빈첸시오 시설부장이 누룽지를 끓여 주어 구수한 아침식사를 나누게 되니 이 또한 기쁨이다.


하은옥 베르타는 본당 초기에 회장을 맡아 여러 가지 기초를 놓아야 할 일들에 솔선수범했다. 그동안 그릇가게를 운영하며 성당 일에 뛰어다니느라 바쁜 걸음을 해야 했지만 당연한 일로 여겼다. 최근에는 가게를 접고 또다시 회장을 맡아 더 주님의 일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고 웃음을 짓는다. 안의공소 시절 성당을 지을 때부터, 예비신자이면서도 멋모르고 신자들을 따라다녔던 열성이 어디 가지 않았다고 또 웃는다.


이곳에는 드물긴 하지만 귀촌한 신자들이 있어 활력소가 된다. 남성반주자 박해영 레오는 교직에서 은퇴하고, 여기에서 전례부장으로 본당일을 돕고 있다. 또 인천에서 자녀 셋을 데리고 이사한 신자 덕분에 최근에 주일학교도 열게 되었다. 그동안 아이들을 볼 수 없던 성당에 아이 셋이 선물처럼 왔다. 초등생 2명, 중학생 1명 아이들을 주일학교 교리교사 둘이서 옥이야 금이야 정성을 다하고 있다. 


성 바오로 사도의 선교정신을 기리며    
안의선교본당은 성 바오로 사도를 주보성인으로 삼고 있다. 성인의 선교정신을 따르며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씨앗을 뿌릴 터전을 개척하고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안고 있다. 채동호 신부는 선교와 노동에도 충실한 바오로 사도처럼 움츠리지 않고, 신자들과 함께 육체적인 일도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 <거룩한 미사>를 통해 미사의 이해를 가르치고, 본당주보에 게재하여 지속적으로 깨닫도록 돕고 있다.


코로나의 공백을 딛고 작년부터는 레지오 활동을 하고 있다. 평화의 모후 꾸리아 소속으로 7개 쁘레시디움이 있는데 안의에 3개 위천에 4개이다. 사제는 이쪽저쪽 오고가며 훈화와 강복에 마음을 싣는다. 한 사람이라도 더 가까이 오고, 한 뼘이라도 신심이 더 자라기를 바라는 간곡한 마음이다.


신자들에게도 당부한다. 욕심으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수 있다. ‘나’와 ‘너’를 넘어 ‘우리’가 함께 가는 길을 택하며 선교의 사도를 본받아야 한다. 그리하여 부활하신 예수님의 영광을 소리 높여 노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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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천성당 성모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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