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담화

2018년 교구장 성탄 담화문

posted Dec 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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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성탄 담화문

 

 

1-배기현 주교 문장.jpg

 

불쌍한 목동들이 주님을 알아보았습니다

 

아기 예수께서 태어나신 베들레헴, “그 고장에는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떼를 지키는 목자들이 있었다.”(루카 2,8)고 합니다. 주로 어린 목동들이었던 이 가난한 소년들이 차가운 밤, 들에서 허기진 채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누군가가 보았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라고 여겼을 것입니다. 차라리 양이었다면 털이라도 있어 추위를 면하련만, 차라리 짐승이었다면 뿔이라도 있어 들이받기라도 하겠건만, 지치고 굶주린 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딱정벌레처럼 온몸을 끌어안고 이 밤의 추위를 견디는 일 뿐입니다. 추위를 견디며 겨우 잠들었지만 유다 산골의 거센 모래바람이 악마처럼 소리치며 할큅니다. 그 소리는 늘 두려움을 가져다줍니다. 

 

그런데 이 밤에 찾아온 두려움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주님의 천사가 다가오고 주님의 영광이 그 목자들의 둘레를 비추었습니다. 그리고 몹시 두려워하는 목동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루카 2,10-12) 

 

천사의 알림을 듣고 목동들은 서둘러 가서, 마리아와 요셉과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를 찾아냈습니다. 구유에 누운 아기를 발견한 목동들은 그 아기에게 폭 빠져 모든 것을 잊고 자신들이 아기가 됩니다. 짐승 같았던 지난날은 사라지고 한없이 사랑받는 귀한 아기로 다시 태어납니다. 

 

목동들이, 그 아이들이 아기 예수님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만에 하나 저 아이들이 예수 아기를 알아보지 못했더라면, 저는 저들이 너무 불쌍해서 울어버렸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이 아이들이 주님을 알아보았습니다. 구유에 누워있는 갓난아기가 자기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임마누엘)이 어린 목동들에겐 모든 현실을 뛰어넘는 기쁨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목동들이 가졌던 그 기쁨이 우리의 기쁨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의 기쁨이 다른 것으로부터가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그 사실 때문이면 좋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힘들고 어렵다고 합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파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달리 말하면 지금이 우리가 주님을 가장 필요로 하는 때이고, 또 주님을 더 잘 알아보고 더 깊이 만날 수 있는 때임을 일깨워줍니다. 천사는 구세주의 탄생을 권세 있는 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비천한 목동들에게 먼저 알렸습니다. 비천함을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비천한 모습으로 오시는 주님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둠이 깊으면 빛은 더 환하게 드러납니다. 우리의 현실이 어둠일수록 주님의 빛은 더 강하게 비칠 것입니다. 하지만 그 빛은 가장 어둡고 소외된 곳에서부터 비칩니다. 그러니 목동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그 빛을 찾아 나아가야 합니다. 더 낮은 곳으로, 더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로 눈길을 돌리고, 발걸음을 옮길 때 빛으로 오시는 주님을 만나고 알아보게 될 것입니다.

 

목동들이 가졌던 기쁨,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그 사실 때문에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를 잊고,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바로 그 기쁨이 우리의 기쁨이 되기를 다시 한 번 소망합니다.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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