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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장성근 에단 신부

새로움으로 오시는 예수님

 

본당에 부임해서 신자들과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하면 이러한 말을 하시는 분들이 꼭 있습니다. “옛날에는 이렇게 했는데요.”, “전에는 저렇게 했습니다.” 그러면 저는 “예, 그렇게 하세요.” 하면서 새로 시작하려던 일들을 포기합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서 본당을 떠날 때가 오면 또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신부님은 왜 우리 본당에서 아무 일도 안 하시고 그냥 가세요?” 사실 이런 말을 들으면 좀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저의 입장에서는 전에 해오던 방식을 계속 고수하시기에 그것을 인정해 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했을 뿐인데, 결국 익숙한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질리기 마련인가 봅니다.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일은 설레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나에게 지금과는 또 다른 신세계를 열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또 새로움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할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기존의 내가 해오던 생활방식을 포기해야 하고, 거기에 머물러 있던 내 마음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나에게 새롭게 주어지는 모든 것들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가 있습니다. 


오늘부터 우리 교회는 전례력으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고, 예수님께서 우리 곁으로 오시기를 기다리는 대림 시기를 지냅니다. 예수님께서는 완전한 새로움과 함께 이 땅에 오십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사랑과 평화, 정의가 부분적으로 존재하고, 일시적인 체험으로 끝나버리지만, 예수님과 함께 오는 새롭고 완전한 하느님 나라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주어집니다. 그렇기에 이제 우리는 이 시기 동안 그 완전하고 새로운 나라, 즉 하느님 나라의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옛것이 더 좋다며 과거에 머물려고 하는 사람은 새로움으로 나아가기가 어렵습니다. 하느님 나라로 나아가기 전에 세상에 묶인 신세가 되어버릴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사람은 새로운 세상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 세상의 덫을 끊어버리고 새롭게 주어진 세상, 하느님 나라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 늘 새로움으로 다가오시는 예수님을 기다리는 이 은총의 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은총의 시기에 우리 모두가 예수님을 통해 맞이하게 될 새로운 세상에 어울리는 신앙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늘 깨어 있는 열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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