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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서성민 미카엘 신부

하느님이 살아계시는 공동체 - 성가정

 

예수 마리아 요셉 성가정 축일을 맞이하여 성가정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는 보통 가족 구성원 모두가 신자인 경우를 두고 성가정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성가정이라고 여기기엔 부족한 것 같습니다. 세례를 받고도 하느님의 뜻을 무시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가족 구성원이 신자인 것을 넘어서, 살아계신 하느님을 모시는 공동체가 성가정이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오리지널 성가정인 예수님의 가정에는 하느님이 살아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자신의 가정을 성가정으로 여겨왔던 분들은 과연 우리 가정에 하느님이 살아계시는가 하는 성찰을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을 모신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의 세례 여부와 관계없이 하느님의 뜻에 따라서 살아가는 가정 공동체가 있다면, 그 역시 성가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것은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것이고(요한 15,17),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시기(1요한 4,12) 때문에 성가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면서 우리 공동체에 하느님을 살아계시도록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생명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새로운 생명은 성체성사를 통해서 주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생물의 피 안에 생명이 있는 것처럼(레위 17,11), 주님의 피 안에는 예수님의 생명이 있어서, 그것을 섭취함으로써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살아계신 하느님을 우리 안에 모시는 행위인 성체성사 안에서도 성가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사에 참여해서 같이 예수님의 몸과 피를 나누어 먹으며 새로운 생명으로 살아가는 우리 본당 공동체도 하나의 성가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가족이 같은 피를 공유하는 것처럼, 우리 본당 공동체도 같은 예수님의 피를 공유하면서 가족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혈연관계를 넘어서는 다른 차원의 가족을 말씀하신 적도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참가족을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르 3,35)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우리 공동체 안에 살아계신 하느님을 모시면 성가정을 이룰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유다인들의 신앙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신앙을 제시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스라엘만을 위한 하느님이라는 생각을 극복하면서, 모든 민족의 하느님이라는 신앙을 제시하셨습니다. 이처럼 가족이 모두 세례받은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것을 성가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 예수님의 몸과 피를 함께 나누면서,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성가정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주님의 몸과 피를 함께 나누어 먹으면서 각자가 속한 공동체에 살아계신 하느님을 모실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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