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65 추천 수 0 댓글 0
Extra Form
강 론 이슬기 안토니오 신부

 

눈 떠보니 끝입니다. 주님을 더욱 사랑하며 살겠다 다짐하고 이웃을 더 사랑하며 살겠다 다짐했던 시작이 눈 한번 깜빡하니 끝이 났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새로운 설렘과 두려움에서 시작한 출발은 어느새 희미하게 옅어져 있습니다.


출발은 항상 작은 점과 같은 희망의 빛에서 출발하기에 마지막에 대한 희망이 커지기를 바라며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하지만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희망과 다른 불안함, 두려움에 과정은 옅어져 버렸습니다. 다시 시작하려 다짐하기에 돌아보는 시간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부끄러움 때문에 새로운 삶을 다짐하지 않는다면, 희망과 두려움의 줄다리기 사이에서 고민하고 시작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마지막도 볼 수 없습니다.


오늘은 교회 전례력의 마지막 주일이자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오늘 대축일은 처음을 돌아보며 끝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그리스도를 통하여 모호하고 모순투성이처럼 보일 수 있는 세상을 희망과 생명의 장소로 재발견하여 새로운 출발을 준비할 수 있게 해주는 축복의 날입니다.


마지막을 거대한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새로운 출발을 희망의 빛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게 해주는 날이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오늘 독서도 우리에게 왕으로 오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예언과 왕이신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흘리신 마지막 피로서 우리가 새로이 주님을 받아들일 것인지 배척할 것인지를 다시금 선택하게 하십니다. 


우리는 항상 다가오는 그 선택의 순간 영광을 누리는 길 위에 다시금 마음을 다해 출발할 것인지 후회와 부끄러움의 길 위에 남아 있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빌라도는 오늘 그 선택의 답을 주님께 넘기려 합니다.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주님께서는 빌라도의 물음에 답은 네 입에서 나오고 있음을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는 항상 왕이셨고 주님을 따르는 것, 그 선택은 우리의 몫이라는 것을 알려주시는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는 진리를 증언하러 오신 예수님의 목소리를 듣고 응답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희망의 빛으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또 새로운 길 위에서 넘어지고 모호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끝을 향해 달려가는 길은 그 끝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주님이 보여주시는 그 희망의 빛으로 새로운 출발을 한다면 끝도 희망의 빛으로 끝날 것입니다.


오늘 우리 형제자매님들은 어떤 끝을 맞이하시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십니까?
또다시 다가올 끝이 “끝…”이 되기를 바라십니까? “끝!!”이기를 바라십니까?
저는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 ‘끝’이 아닌 주님과 함께 기분 좋은 ‘끝’이 되길 바라봅니다.

 


  1. 12월 26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가정 성화 주간) 강론

    하느님이 살아계시는 공동체 - 성가정 예수 마리아 요셉 성가정 축일을 맞이하여 성가정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는 보통 가족 구성원 모두가 신자인 경우를 두고 성가정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성가정이라고 여기기엔 부족한 것 같습니...
    Date2021.12.23 Views162 file
    Read More
  2. 12월 19일 대림 제4주일 강론

    순명順命 순명이라는 것은 명령에 복종하는 것과 천명에 순종하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뜻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우리가 순명해야 할 것은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이 말씀에 순명하기 위해서는 믿음이라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Date2021.12.15 Views173 file
    Read More
  3. 12월 12일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강론

    알곡과 쭉정이 추수가 다 끝나 황금물결 출렁이던 들녘은 내년을 기다리며 차분히 비워져 있습니다. 봄의 푸르름을 기다릴 수 있는 씨앗은 쭉정이가 아니라 알곡입니다. 알곡은 뜨거운 여름을 지나며 속이 영글어 그 안에 생명을 간직하고 있지만 쭉정이는 속...
    Date2021.12.09 Views162 file
    Read More
  4. 12월 5일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사회 교리 주간) 강론

    기다리는 하느님 필리 1,4-6.8-11 “여러분 가운데에서 좋은 일을 시작하신 분께서 그리스도 예수님의 날까지 그 일을 완성하시리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루카 3,1-6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어느 하루는 ...
    Date2021.12.02 Views148 file
    Read More
  5. 11월 28일 대림 제1주일 강론

    새로움으로 오시는 예수님 본당에 부임해서 신자들과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하면 이러한 말을 하시는 분들이 꼭 있습니다. “옛날에는 이렇게 했는데요.”, “전에는 저렇게 했습니다.” 그러면 저는 “예, 그렇게 하세요.” 하면서 새로 시작하려던 일들을 포기합...
    Date2021.11.24 Views136 file
    Read More
  6. 11월 21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끝 눈 떠보니 끝입니다. 주님을 더욱 사랑하며 살겠다 다짐하고 이웃을 더 사랑하며 살겠다 다짐했던 시작이 눈 한번 깜빡하니 끝이 났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새로운 설렘과 두려움에서 시작한 출발은 어느새 희미하게 옅어져 있습니다. 출발은 항상 작은 점...
    Date2021.11.18 Views165 file
    Read More
  7. 11월 14일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강론

    도시락 하나의 미소 매번 느끼는 생각이지만, 전례력의 마지막으로 나아가는 이 시기에는 많은 것을 돌아보게 만드는 말씀들을 만나는 것 같습니다. 이번 한 주간의 복음만 돌아보더라도 예루살렘으로 나아가시는 주님께서 종말에 대한 비유들을 말씀하십니다....
    Date2021.11.11 Views178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27 Next
/ 27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