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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이슬기 안토니오 신부

 

눈 떠보니 끝입니다. 주님을 더욱 사랑하며 살겠다 다짐하고 이웃을 더 사랑하며 살겠다 다짐했던 시작이 눈 한번 깜빡하니 끝이 났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새로운 설렘과 두려움에서 시작한 출발은 어느새 희미하게 옅어져 있습니다.


출발은 항상 작은 점과 같은 희망의 빛에서 출발하기에 마지막에 대한 희망이 커지기를 바라며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하지만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희망과 다른 불안함, 두려움에 과정은 옅어져 버렸습니다. 다시 시작하려 다짐하기에 돌아보는 시간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부끄러움 때문에 새로운 삶을 다짐하지 않는다면, 희망과 두려움의 줄다리기 사이에서 고민하고 시작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마지막도 볼 수 없습니다.


오늘은 교회 전례력의 마지막 주일이자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오늘 대축일은 처음을 돌아보며 끝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그리스도를 통하여 모호하고 모순투성이처럼 보일 수 있는 세상을 희망과 생명의 장소로 재발견하여 새로운 출발을 준비할 수 있게 해주는 축복의 날입니다.


마지막을 거대한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새로운 출발을 희망의 빛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게 해주는 날이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오늘 독서도 우리에게 왕으로 오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예언과 왕이신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흘리신 마지막 피로서 우리가 새로이 주님을 받아들일 것인지 배척할 것인지를 다시금 선택하게 하십니다. 


우리는 항상 다가오는 그 선택의 순간 영광을 누리는 길 위에 다시금 마음을 다해 출발할 것인지 후회와 부끄러움의 길 위에 남아 있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빌라도는 오늘 그 선택의 답을 주님께 넘기려 합니다.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주님께서는 빌라도의 물음에 답은 네 입에서 나오고 있음을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는 항상 왕이셨고 주님을 따르는 것, 그 선택은 우리의 몫이라는 것을 알려주시는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는 진리를 증언하러 오신 예수님의 목소리를 듣고 응답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희망의 빛으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또 새로운 길 위에서 넘어지고 모호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끝을 향해 달려가는 길은 그 끝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주님이 보여주시는 그 희망의 빛으로 새로운 출발을 한다면 끝도 희망의 빛으로 끝날 것입니다.


오늘 우리 형제자매님들은 어떤 끝을 맞이하시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십니까?
또다시 다가올 끝이 “끝…”이 되기를 바라십니까? “끝!!”이기를 바라십니까?
저는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 ‘끝’이 아닌 주님과 함께 기분 좋은 ‘끝’이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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