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2.10.13 13:13

시련의 때를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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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홍예성 바울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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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의 때를 만나면 수천 가지 물음이 솟아난다. 아픔과 원망이 커질 때 용기를 내어 물음들을 밀쳐두고 ‘하느님께서는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실까?’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살아내도록 부름 받았을까?’ 거듭 주님께 아뢰어 보라고 한다. 그러다 보면 나의 문제가 나를 규정하던 압박감도 차츰 약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 믿음의 신비로 인내까지 곁들여 배우게 된다. 살다 보면 이해하지 못해도 믿도록 부름 받는 단계들이 있다고 한다. 


지난 세월 내가 만난 시련의 때에 나를 도와주러 오신 주님을 맞이하지 못했다. 시련 가운데에 놓인 피해자가 아니라 이 시련을 극복하려는 책임감에 갇혀 어떻게든 헤쳐 나가려고 몸부림쳐 온 것 같다. 이렇게 하느님께 내 마음을 걸어두지 못하는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나를 자비하신 하느님 아버지께로 더 가까이 나아가도록 인도할 친구를 만났다.


그는 나에게 시편 공부를 권했다. 성경공부 과정을 온전히 이수한 친구는 1시편부터 권고 말씀을 친절하게 메일로 보내주었다. 그 권고 말씀을 읽고 시편을 읽어 나갔다. 읽는 것으로 부족하여 필사를 시작했다. 한 절을 쓰고 더 욕심을 부려 영문 성경도 쓰며 이해력을 높였다.  


시편을 소리 내어 반복해서 읽고 시편 성가집 악보에 대입해서 노래도 불렀더니. 시들이 굉장히 많은 말들을 해주었다. 시편에는 원망의 대상이 없다. 그래서 시편은 나의 이야기가 되어 울림이 점점 더 커졌다. 하느님의 부재를 체험하고 말이 안 나올 때, 말이 끊긴 자리에서 ‘하느님 어디 계시나요?’ 하며 나 홀로라고 탄식할 때가 바로 하느님을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한다. 주님 앞에 겸허히 기도드리며 시편을 펼치고 계속 공부하다 보니 힘들다고 아뢰던 마음이 어느 순간 ‘주님을 신뢰하나이다.’로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탄원시를 신뢰의 시라고도 하나보다. 주님께 아뢰었다. ‘주님 저를 어떻게 하시더라도 전 괜찮습니다. 제가 원하지 않는 길로 인도하실지라도 하느님께서 더 좋은 길로 인도하실 줄 믿습니다.’ ‘주님 제가 주님과 함께 있게 하소서.’   


시편에는 이 땅에서 사람이 경험하는 모든 예들이 다 들어 있다. 우리가 하느님 백성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길도 모두 들어 있다. 시편의 시인들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고 있다. 시인의 탄원에 힘입어 내 속의 감정을 주님께 다 쏟아 놓으니 마음이 안정되며 홀가분해져 진정한 나를 바라보게 되어 의례적으로 하던 고해성사도 깊어졌다. 지난날 내가 감내했던 고통의 과정을 통과하면서 인내를 배우는 지혜가 필요했고 이것을 하느님께 간절히 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게 일었다. 시련과 고통을 주님께 온전히 봉헌하며 그들을 통해 나를 닦고 또 닦아 내가 숭고한 세계 속에 나갈 수 있을 때 나의 지친 영혼은 쉼을 얻고 아름다워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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