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앞두고 축구대표팀을 위해 기도하자는 말을 들은 비신자의 “그럼 다른 나라도 기도하면 결국 누가 이기냐?”는 비아냥에 “어쨌든 축구 잘하는 나라들은 다 그리스도교 국가”라고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이기게 해 달라는 것도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기도해야 하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교회 공동체는 참 많은 것들을 위해 기도한다. ‘인류평화를 위해 기도합시다.’ ‘위정자들을 위해…’ ‘소외된 이들을 위해…’ 등 세상을 위한 많은 기도들이 있는데, 그게 과연 기도의 힘이 있는지 회의감이 들 때가 많았다. 기도의 효과가 바로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세상을 위한 기도는 무의미해 보였다.
얼마 전 아내의 주도로 아이들과 함께 성경쓰기를 한 적이 있다. 아이들만 시키기가 좀 눈치 보여 같이 성경쓰기를 하던 중 아모스가 하느님께서 보여주시는 다가올 파국에 대한 환시를 보고 하느님께 부르짖음으로써 하느님께서 뜻을 돌이키시는 장면에서 작은 울림을 느꼈다.
‘세상은 의인들의 숨겨진 기도를 통해 지탱되고 있었구나.’
수많은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기도, 평신도들의 기도, 알려지지 않고 보이지 않는 많은 이들이 마음을 모아 주님께 간구하고 그 간구함이 세상을 구하고 있는데 단지 눈앞에 결실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기도의 힘이 어디 있냐고 투덜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느꼈던 기도의 무의미함은 기도의 힘에 회의적이었던 것보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표나지 않는다’는 억울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요나서에서 요나의 반항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싫어하는 이민족들이, 하느님께서 재앙을 준비하셨지만 의인들의 회개로 그 마음을 돌이키셨다는 것을 몰라줄 텐데, 그들 구원에 도움을 줘 본들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하고 알아주지도 않을 텐데 그게 억울했던 건 아닌가.
세상을 위한 숨은 기도는 오로지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을 향한 신뢰와 세상을 향한 사랑에 기인한다. 그러나 나는 세상과 하느님을 향한 사랑보다 나를 드러내고 싶은 인간적인 욕심에 가득 차 있어 썩지 않는 하늘나라의 보물보다 지금 내 자리에서 받을 이익이나 명예에 더 마음을 쓰고 있다.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하신 예수님 말씀을 따라보겠다고, 의인의 반열에 서 보겠다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으나 아직도 내 발은 위선자들과 함께 세속에 담고 있으니…. 참,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