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7

마산교구 전사001.jpg

 

마산교구 전사前史 9

 

황강과 피난 교우촌(1)
낙동강은 강원도에서 발원해 부산의 하단 쪽으로 흘러간다. 경남에 들어와선 강 셋을 흡수하는데 황강黃江, 남강, 밀양강密陽江이다. 황강은 거창 쪽에서 흘러나와 합천군 청덕면 적포리赤布里에서 낙동강을 만난다. 적포에는 낙동강 건너는 다리가 있다. 강을 건너면 창녕군 이방면梨房面이다. 예전엔 배를 타고 건넜고 현창玄倉나루라 했다. 적포에서 낙동강 따라 내려가는 곳에 의령군 낙서면洛西面과 지정면芝正面이 있다. 


위에 열거한 지역에 놀랍게도 피난 교우들이 살았던 기록이 있다. 황강 발원지로 알려진 거창의 경우는 가섭迦葉공소다. 거창군 위천면 상천리에 있었다. 이곳은 전북 무주군과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이 오지를 1893년 파리외방전교회 조죠(Jozeau 조득하) 신부가 방문했다.


당시 조죠 신부는 전북지역 공소 순방을 마치고 서부경남을 거쳐 부산으로 가는 중이었다. 호남교우들 안내로 거창의 오지를 찾아갔던 것이다. 그리고 가섭마을 어떤 교우 집에 신자들을 모으고 판공성사와 미사를 집전했다. 6명의 어른에게 세례를 줬다는 기록까지 남겼다. 이 일대에 피난 교우들이 살고 있었다는 증거다. 그러나 지금은 흔적을 찾을 수 없다.


황강이 지나는 합천지역에도 피난 교우들이 살았다. 가장 오래된 곳은 합천군 대병면 성리城里에 있었던 황개공소다. 기록은 1883년부터 등장한다. 당시 경상도 일대를 전담 사목하고 있던 로베르(Robert 김보록) 신부가 남겼다. 판공성사를 위해 황개공소를 방문했고 세 사람에게 세례를 줬다는 기록이다. 당시 교우 총수는 23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대병면大并面은 거창군 남하면과 경계를 이룬다. 두 지역 사이를 황강이 흐르고 있다. 거창에서 합천으로 가는 길목이다. 오늘날 황개공소 흔적은 남아 있지 않다. 교우들이 모여 공소예절 했던 위치도 알 수 없다. 대병면과 인근 봉산면에도 옛 피난 교우들은 남아 있지 않다.


합천군 쌍백면과 삼가면에도 피난 교우 기록이 있다. 특히 쌍백면 평지리平地里에 있었던 고무정공소는 조죠 신부의 1893년 교세통계표에 처음 등장한다. 교우 총수 36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고무정공소는 현재 쌍백공소로 맥이 이어지고 피난 교우 후손이 지금도 살고 있다. 합천지역 다른 공소는 삼가면 어전리於田里 늘밭공소와 용흥리龍興里 호두虎頭공소다. 두 공소 역시 1900년 전후해 피난 교우들이 모여 살면서 등장했다. 훗날 늘밭공소는 어전공소로 명칭이 바뀌었고 지금도 남아 있다. 그러나 호두공소는 알려진 것이 없다. 


경남에 들어온 낙동강은 황강을 만나면서 완만한 모래밭을 만들며 넓어진다. 이 넓어진 강변을 경계로 의령군과 창녕군이 마주 보고 있다. 피난 교우들은 황강 따라 내려오다 이곳에서도 살았다. 창녕 대합면大合面 모래늪공소, 길곡면吉谷面 시름공소, 남지南旨에 있었던 수개공소가 피난 교우 흔적이다. 의령지역은 지정면 성당리城堂里에 있었던 성당공소와 유곡면의 덕천德川공소가 기록으로 남아 있다.


정해박해(1827년) 이후 호남의 피난 교우들이 덕유산을 넘어 서부경남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그들 중 일부는 황강을 따라 낙동강 쪽으로 내려갔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강변의 노는 땅을 이용하며 살았다. 곡식이나 채소를 심어도 간섭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땅은 여름 홍수 때 바로 물에 잠기기에 지방 사람들은 내버려 뒀던 것이다.


그러나 피난 교우들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씨를 뿌리고 곡식을 심었다.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어차피 언젠가 떠날 곳, 잠시 머문다는 생각으로 강변 땅을 가꾸며 살았다. 이렇게 해서 강 주변으로 피난 교우들이 모여 들었고 주일이면 조금 넓은 집에 모여 기도를 바쳤다. 선교사들은 그런 집을 방문했고 마을 이름을 공소 이름으로 기록에 남겼던 것이다.  

 


마산교구 전사前史 10

 

황강과 피난 교우촌(2)
황강의 발원지는 두 곳으로 해발 1614m 덕유산德裕山이 경상도 쪽으로 펼쳐진 곳에 있다. 먼 줄기는 거창군 북쪽 고제면高梯面 삼봉산三峰山에서 시작되고 서쪽 북상면北上面에서도 한 줄기가 발원한다. 계곡에서 모인 물이 작은 내川를 형성한 것이다. 두 개천은 거창읍을 지난 뒤에 만난다. 그리고 황강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물이 불어나면 누런 황토 색깔로 바뀌기에 황강黃江이라 불렀을 것이다. 


거창의 가섭迦葉공소는 황강 발원지 북상면 인근 위천 골짜기에 있었다. 이런 오지奧地에 어떻게 신자들이 있었을까? 호남의 피난 교우들이 왔기에 가능했다. 박해를 피해 덕유산을 넘어왔던 그들 공동체가 가섭공소였던 셈이다. 1893년 조죠(Jozeau 趙得夏) 신부는 이곳을 방문하고 판공성사를 줬다. 6명의 어른 영세자를 냈다는 보고서도 남겼다. 신부의 방문이 있기 전부터 교우들은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가섭마을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근 골짜기에도 흩어져 살고 있었다.

 
당시 북상면에 있었던 소정蘇井공소와 위천면 범바우공소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조죠(조득하) 신부가 왔을 때 이들 모두는 가섭공소에 모였을 것이다. 가섭공소라 해서 무슨 건물이 있었던 건 아니다. 당시 단독 건물을 가진 공소는 없었다. 비교적 큰 신자 집에 모였고 그 집을 공소로 사용하던 시절이다. 현재도 가섭마을은 위천면 상천리上川里에 있다. 옛날 이 마을에 가섭사라는 절이 있었기에 이름이 남았다고 한다.


하지만 가섭마을에 공소 흔적은 없다. 피난 교우 흔적도 남아있지 않다. 1893년 조죠 신부 보고서가 없었다면 가섭공소는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북상면 소정공소와 위천면 범바우공소 역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교우들은 어디로 갔을까? 조죠 신부 보고서는 1893년 한 번으로 끝난다. 거창지역을 더 이상 방문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듬해 1894년 동학혁명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전북에서 시작된 봉기는 금방 확산되었고 나라는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가섭공소 역시 영향권에 들었고 교우들이 머물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함양을 거쳐 단성, 진주, 고성 쪽으로 흩어졌고 거창읍을 지나 합천 쪽으로 갔을 것이다. 지역마다 피난 교우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합류해 주저앉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또 다른 곳으로 떠나갔다. 


당시 합천지역을 대표하는 교우촌은 대병면 성리城里에 있었던 황개공소다. 로베르(김보록) 신부의 1883년 기록에 처음 등장한다. 기록 이전부터 교우들은 살고 있었을 것이다. 덕유산을 넘어왔던 교우들이거나 경북지역에서 내려온 피난 교우들이다. 하지만 황개공소 위치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병면 성리城里는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활약했다는 악견산성岳堅山城 아래쪽에 있다. 그런 이유로 성곽마을城里이라 불리었고 현재는 합천댐으로 마을 일부가 물에 잠겼다. 황개공소는 이곳 어딘가에 있었고 황강 따라 낙동강 쪽으로 이동하던 피난 교우들 중간 기착지였다. 로베르 신부 보고서엔 삼가三嘉 황개공소로 기록되어 있다. 당시 대병면은 합천군이 아니라 삼가현三嘉縣에 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로베르 신부는 1882년부터 경상도 전담 사제로 있었기에 황개공소를 방문하고 기록을 남겼다. 1885년 12월 경상도 첫 본당으로 대구본당이 신설되자 로베르 신부는 초대 주임으로 발령받는다. 하지만 대구엔 못 들어가고 칠곡 신나무골에 거주하다 2년 뒤 대구로 들어갔다.

 

조선대목구


  1. 마산교구 전사前史 14-15

    Date2023.05.18 Views34 file
    Read More
  2. 마산교구 전사前史 13

    Date2023.05.04 Views37
    Read More
  3. 마산교구 전사前史 12

    Date2023.04.20 Views37
    Read More
  4. 마산교구 전사前史 11

    Date2023.03.30 Views49
    Read More
  5. 마산교구 전사前史 재수록 9-10

    Date2023.03.16 Views37
    Read More
  6. 마산교구 전사前史 재수록 8

    Date2023.03.03 Views40
    Read More
  7. 마산교구 전사前史 재수록 6-7

    Date2023.02.16 Views45
    Read More
  8. 마산교구 전사前史 재수록 5

    Date2023.02.02 Views50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