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담화

1992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목자들이 달려가 보았더니 마리아와 요셉이 있었고 아기는 구유에 누워 있었다”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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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

“목자들이 달려가 보았더니 마리아와 요셉이 있었고

아기는 구유에 누워 있었다”

(마태 2,16)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나신 거룩한 성탄절을 맞이하였습니다.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 가정에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아기 예수의 탄생으로, 예수 마리아 요셉 세 분은 성가정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통있는 그리스도교 사회에서는 예수 성탄 축일을 온 가족이 함께 어울리는 가정 축일로 지내면서,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가깝거나 멀거나 서로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함께 모여 기쁜 성탄절을 지내는 풍습이 있기도 합니다.
나자렛의 성가정이야말로 인간 가정 중에서 가장 거룩한 가정이며,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가정입니다. 우리 모든 가정들이 이 성가정을 본받아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가정을 이룬다면 세상은 참으로 평화와 행복이 가득 넘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저는 예수님께서 한 가정안에 태어나신 것을 기념하는 성탄 축일을 맞으면서, 우리에게 가정의 모범을 보여 준 나자렛 성가정을 깊이 묵상하고 본받기를 여러분에게 권고하는 바입니다.
나자렛의 성가정에서 우리가 본받아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공경과 사랑입니다. 하느님을 공경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하느님의 창조질서와 그분께서 세우신 법을 경외하며 지켜가는 삶을 말합니다. 그러면 나자렛의 성가정은 어떻게 하느님을 공경하고 하느님의 뜻을 받드는 생활을 했습니까?
예수께서는 성부의 뜻을 따라 인류구원을 위해 비천한 인성을 취해 세상에 강생하였으며, 성모 마리아는 가브리엘 천사의 아룀을 듣고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가 1,38)하고 응답하여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그리고 성 요셉은 처녀의 몸으로 아기를 잉태한 마리아를 아내로 맞이하기를 주저하고 있을 때에,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 들여라”(마태 1,20)하는 천사의 말씀에 순종하여 성가정의 수호자가 되셨습니다. 이와같이 성가정의 세 분은 하느님의 뜻에 자신을 온전히 의탁하는 삶을 사셨습니다.
또한 성가정은 구약의 율법과 관습을 충실히 지켰습니다. 마리아와 요셉은 “누구든지 첫아들을 주님께 바쳐야 한다”(루가 2,23)는 모세의 법대로 정한 때에 성전에서 아기 예수를 하느님께 봉헌하였으며, 성전에서 기도하고, 해마다 과월절에는 예루살렘을 순례(루가 2,41-42)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성가정의 구성원인 예수 마리아 요셉은 하느님께서 세우신 가정의 질서를 겸손하게 따르신 점에서도 우리에게 모범이 되십니다. 예수님은 전능하신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면서도 인간 가정 안에서 마리아와 요셉에게 아들로서의 의무와 순종(루가 2,51)을 다하셨습니다. 성모님은 어머니와 아내로서뿐만 아니라, “예리한 칼에 찔리듯 아픔”(루가 2,35)을 당하는 “고통의 어머니”가 되시면서까지 아드님의 구원사업을 뒷바라지 하시어 인류구원 사업에 동참하셨습니다. 그리고 요셉 성인은 헤로데가 자기 욕심에 눈이 어두워 갓난 아기들을 모두 죽이려고 할 때에, 천사의 인도를 따라 아기 예수와 마리아를 데리고 에집트로 피난(마태 2,13-15)가 어려운 처지에서도 성가정을 잘 보호하셨고, 나자렛으로 돌아온 후에는 목수로서 근면한 노동을 하며 성가정을 부양한 충실한 가장이셨습니다.
우리 모든 가정들은 나자렛의 성가정을 본받아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가족 구성원들은 각각 남편과 아버지로서, 아내와 어머니로서 그리고 자녀로서 가정 안에서 자신의 몫에 성실해야 하겠습니다. 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신의를 지키면서 자녀들을 올바르게 교육하고, 자녀들이 부모에게 순명과 존경을 다할 때에 가정은 화목한 행복의 보금자리가 될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하며 주님의 말씀을 듣고, 생활의 증거로써 이웃 전교에 힘쓴다면, 가정은 “작은 교회”가 되어 교회의 지상(至上)사명인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 동참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가정이 바로 나자렛의 성가정을 본받는 그리스도 신자 가정입니다.
하느님을 공경하고 사랑하는 가정, 가족들이 서로 섬기고 사랑하는 가정,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작은 교회”를 이룬 가정이야말로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가정의 모습이며, 비천한 아기로 인간 가정안에 태어나신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의 신비가 드러나는 가정의 모습이다.
구세주 탄생을 기뻐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저는 여러분 가정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모든 신자 가정들이 이번 성탄을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을 본받는 노력을 새롭게 하는 계기로 삼아 주기를 간곡히 당부합니다. 그리하여 교구내 모든 가정들이 신앙 안에서 더욱 성숙하여, 이웃과 사회에 새 희망을 불러 일으키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예수 성탄의 기쁨을 전하며 여러분 모든 가정 위에 하느님의 축복을 기원합니다.


1992년 예수 성탄 대축일에
천주교 마산 교구장 박정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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