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49 추천 수 0 댓글 0
Extra Form
강 론 주용민 리노 신부

과연 결자해지結者解之가 가능할까?

 

오늘은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하늘나라로 오르셨음을 기리는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전통적으로 로마 가톨릭교회에서는 주님 승천 대축일을 주님 부활 대축일로부터 40일째 되는 부활 제6주간 목요일에 지내지만, 주님 승천 대축일이 의무 축일이 아닌 일부 나라에서는 부활 제7주일로 옮겨 지내고 있습니다. 또한 대중매체를 통한 효과적인 교회의 사도직 수행을 위해 1967년 ‘홍보의 날’을 제정했으며, 한국 천주교회는 1980년부터 해마다 주님 승천 대축일을 홍보 주일로 지내오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2일 교구 신자분들의 정성과 기도로 새 교구청을 건립하여 이사를 마쳤습니다. 새 교구청은 넉넉한 부지에 아담한 산세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곳에 지어졌습니다. 이 아름다운 교구청을 선물로 주신 하느님과 교구민들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며칠 전 교구장 서리 신부님과 교구청 마당을 산책하다 등나무에 휘감긴 소나무를 발견하였습니다. 서리 신부님은 소나무가 너무 갑갑해 할 것 같으니 전지를 해 주어야겠다고 말씀을 하셨고 저는 넝쿨이 뭔 대수일까 그냥 툭 끊어버리면 노끈처럼 술술 풀릴 거라 가벼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지가위를 들고 가까이에서 본 넝쿨은 예상과는 달리 엄청 단단하게 소나무를 옥죄고 있었습니다. 정말 결박도 이런 결박이 없습니다. 그 조이는 힘이 얼마나 강했던지 소나무에 옥죈 자국이 선명합니다. 담쟁이넝쿨도 오래된 줄기는 소나무의 껍질 틈새로 파고들어 긴 거머리처럼 박혀 있었습니다. 등나무와 담쟁이를 제거하고 난 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도 우리가 지은 죄와 그 흔적인 상처들이 저렇게 우리를 옥죄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우리도 소나무처럼 누군가가 결박을 풀어주지 않으면 스스로는 풀어낼 재간이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의 문제들을 우리 스스로 해결 가능한 시대를 산다고 착각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속박을 풀어주실 해방자, 구원자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주님으로부터 멀어지는 이유는 이런 어리석은 교만에서 비롯되었음을 고백합니다. 


진정 우리가 하느님께 가까이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 안에 고통과 두려움, 의심과 아픔, 슬픔의 결박으로 예수님의 참된 부활과 승천을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우리 죄의 속박을 풀어주시려 이 세상에 오셨고 또 그 믿음을 북돋아 주시는 성령을 보내주시려 승천하셨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에 묶여 계십니까? 오늘 복음의 이 말씀을 붙들고 살아갑시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자기가 저지른 일은 자기가 해결하여야 함을 이르는 말

 

 


  1. 6월 18일 연중 제11주일 강론

    연중 시기(Ordinary Time)를 살며 “신부님! 신부님이 안수할 때도 안 그랬는데, 저 자매님이 안수할 때 온몸이 뜨거워졌어요.” 이번 부활 시기에 열린 본당 성령세미나에 참여했던 분이 며칠 후 저에게 들려준 말입니다. 여러 번 성령세미나에 참여했었으나 한...
    Date2023.06.15 Views175 file
    Read More
  2. 6월 11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강론

    성체-사랑의 결정체 오늘 복음은 생명의 빵에 관한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이심을 밝히십니다. 그리고 당신을 영하는 사람은 당신 안에 머무르게 되고 예수님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게 되니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영...
    Date2023.06.08 Views165 file
    Read More
  3. 6월 4일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강론

    “삼위일체, 나와 무슨 상관입니까” 오늘은 하느님께서 성부·성자·성령의 세 위격을 가지시지만 한 분이심을 기억하고 그 믿음을 되새기는 날입니다. 이 기억과 믿음이 우리 신자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요? 그리고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삼위일체는...
    Date2023.06.01 Views142 file
    Read More
  4. 5월 28일 성령 강림 대축일·청소년 주일 강론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21) 성령 강림 대축일이자 청소년 주일입니다. 아직 코로나 시기이지만 3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일상은 회복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일상이 어느 정도 정상화가 되었지만 교회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느낌이 없지 않아 ...
    Date2023.05.25 Views115 file
    Read More
  5. 5월 21일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강론

    과연 결자해지結者解之가 가능할까? 오늘은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하늘나라로 오르셨음을 기리는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전통적으로 로마 가톨릭교회에서는 주님 승천 대축일을 주님 부활 대축일로부터 40일째 되는 부활 제6주간 목요일에 지내지...
    Date2023.05.18 Views149 file
    Read More
  6. 5월 14일 부활 제6주일 강론

    진리의 영이신 다른 보호자 밤거리를 걸어가는 미혼의 여성에게 누군가 따라오고 있다는 느낌은 그 자체로 공포입니다. 가끔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는데 공포에 사로잡힌 느낌은 자꾸 불안하게 만듭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딸이 걱정되어 나온 아버지라는 사...
    Date2023.05.11 Views84 file
    Read More
  7. 5월 7일 부활 제5주일·생명 주일 강론

    “매일의 삶이 부활 축제처럼…” 찬미 예수님! 교회는 부활 대축일부터 50일간의 부활 기간을 지내고 있습니다. 부활의 기쁨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계십니까?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와 축복이 우리를 묶고 있는 사슬을 벗어버리고 새 삶을 살게 하는 ...
    Date2023.05.04 Views162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26 Next
/ 26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