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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정연우 스테파노 신부

연중 시기(Ordinary Time)를 살며

 

“신부님! 신부님이 안수할 때도 안 그랬는데, 저 자매님이 안수할 때 온몸이 뜨거워졌어요.” 이번 부활 시기에 열린 본당 성령세미나에 참여했던 분이 며칠 후 저에게 들려준 말입니다. 여러 번 성령세미나에 참여했었으나 한 번도 몸으로 느끼는 현상을 경험해 보지 못했었다고 이미 말했던 적이 있었기에, ‘잘 되었구나’ 하면서도 이게 무슨 일일까 곰곰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몇몇 분들은 저의 안수 때 그러한 체험을 하셨다고 알려주신 분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궁금함은 오늘 우리가 들은 독서들의 선택 이야기와 연관하면 상호 해석의 열쇠가 됩니다. 마태오 복음은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뽑은 이야기를 전하고, 탈출기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사제의 나라로 만드시려 이집트에서 데려오신 내용을 전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왜 이스라엘을 선택하시고, 예수님께서는 왜 그들 열둘을 뽑으셨을까요? 선택될만한 무슨 특별함이 있었나요? 그렇다기보다 오히려 반대로, 하느님의 일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뽑힌 것으로 볼 수 있겠지요? 약한자들이고 변두리 사람들이어도 그들은 하느님의 도구로 선택되었습니다. 2독서 로마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이유를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위한 것이었다 설명합니다. 오늘의 독서들은 하느님 선택에 납득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포함되었다는 것을 전합니다.


선택의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기준을 따르나요? 오랜만에 만난 저의 지인이 우리는 지금 연중 시기(영어로 일상의 시기라는 뜻을 포함)에 들어섰지만 우리 삶은 결코 일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시네요. 그렇지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늘 많은 갈등과 폭력이 넘치는 결코 평범하다고 할 수 없는 곳입니다. 일상적이 아닌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일상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지혜는 낯선 것과 낯선 이를 수용하는 태도일 것입니다. 어떤 아버지에게 아들이 셋 있었고, 소가 17마리 있었는데, 유산으로 첫째에게 2분의 1, 둘째에게 3분의 1, 셋째에게 9분의 1을 상속하였답니다. 어떻게 나눌까요? 첫째 둘째 셋째에게 8마리와 반 마리, 5마리와 3분의 2마리, 1마리와 9분의 8마리로 나누어 주면 될까요? 한 낯선 이가 이야기를 듣고는 소를 한 마리 가져와 선물로 주며 말합니다. “이제 18마리이니 첫째에게 9마리, 둘째에게 6마리, 셋째에게 2마리를 나누겠습니다. 그래도 1마리 남으니 그것은 제가 선물로 받겠습니다.”


지금 제가 속한 LA대교구 한인 성당들은 이민자들의 감소로 점차 교세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희 본당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고 봉사자가 부족합니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여러 몫을 해 주시는 분들 때문에 많은 일들이 진행된다는 것이고 놀라움은 아직도 잠재적 일꾼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작은 교회라도 하느님께 불린 이들이 모두 존중받으며, 조금씩 자신의 소명을 깨닫고 마음껏 봉사하며 사는 교회가 된다면 그 얼마나 기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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