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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박인수 요한 신부

잠과 죽음

 

예수님께서 하늘 나라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하늘 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으며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고 바다에 던져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과 같다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하늘 나라의 비유들에서 드러나는 공통점은 포기와 선택입니다. 나쁜 것 또는 덜 좋은 것들을 포기하고 더 좋은 것, 최고로 좋은 것들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특히 하늘 나라를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에 비유하셨을 때에는,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으로 던져버리신다고 말씀하시고는 세상 종말에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하십니다. 저 역시도 세상 종말에 제가 의인으로서 하늘 나라의 그릇에 담겨질까, 아니면 악한 자로 가려내어져 불구덩이에 던져져 버림을 받을까 걱정이 됩니다. 


세상 종말 또는 인생의 끝에 어떻게 될지 미리 알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내가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를 성찰해 보는 것입니다. 하루하루의 시간과 공간이라는 날줄과 씨줄을 어떻게 채워나가는지를 보면 그 하루하루가 모여서 짜이는 전체 나의 삶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인생 전체의 마지막이 각자의 종말이고 죽음이라면 하루 단위의 종말은 밤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하루의 마지막인 잠자기 전의 습관을 잘 살펴보면 나의 인생의 끝도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밤의 여신(닉스)이 쌍둥이를 낳는데, 각각 잠의 신(힙노스)과 죽음의 신(타나토스)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잠과 죽음이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말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하루를 마감할 즈음에 기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잠들 때, 그 잠(하루의 죽음)은 평화로운 하늘 나라의 꿈자리가 됩니다. 반대로 걱정과 미움, 분노, 집착 속에서 잠들 때, 그 하루 단위의 죽음은 편치 않을 것입니다. 하루 단위의 죽음을 잘 맞이하는 사람은 인생의 죽음도 잘 맞이할 수 있습니다.


자기 인생의 그릇에 어떤 것들을 담을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좋은 것들은 담고 나쁜 것들은 버리면 됩니다. 거룩한 것들을 선택하고 악한 것들을 포기하면 됩니다. 특히 감사하는 마음으로 잠을, 하루의 죽음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늘 나라를 향해 매일 나아갑니다.


성무일도로 끝기도를 할 때 끝에 이렇게 기도하며 하루를 마무리 짓습니다.
“전능하신 하느님, 이 밤을 편히 쉬게 하시고,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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