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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전동혁 베드로 신부

개 짖는 소리

 

가끔씩 역사를 돌아보고 뉴스를 듣게 된다. 온갖 사건들의 연속이다. 그중에서도 철천지원수 관계가 눈에 들어온다. 해결점이 보이지 않고 대책이 없다. 카르타고와 로마가 그러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티나가 그러하다. 발칸반도는 1,2차 세계대전의 화약고였다. 아니, 모든 대륙에서 원수들이 서로 으르렁거린다. 이는 비단 민족의 문제만은 아니다. 종교는 더 심각하다. 콜럼버스는 오스만제국을 지도상에서 없애기 위하여, 곧 로마 교황과 중국 황제가 양동작전을 펼칠 목적으로 항해를 하지 않았던가? 근·현대사회의 이념 문제는 어떠한가? “민족과 종교와 이념은 이 세상 끝까지 영원하며”라는 성가가 생각난다. 예루살렘이 평화와 거리가 먼 것처럼 정말 용서와 화해도 인간 능력 밖의 문제일까?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날이다. 대안이 없는데 필자가 이에 대하여 입을 열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방법을 모르겠다!”


그래도 마이크를 잡았으니, 잠시 떠들 기회를 주시길 바란다. 성령이 이층방에 들어왔을 때를 떠올려보자. 장면을 유심히 보고 있노라면, 마치 그리스도께서 묻힌 무덤처럼 보이지 않는가? 그런데 그 속에서 움직이는 생명들이 보인다. 그 옛날 죽은 왕과 함께 순장된 살아있는 자들처럼 말이다. 키에르케고르의 말대로, 사실 그들은 살아있는 시체와 다를 바 없었다. 하여, 그들이 모인 이층방은 아담이 숨은 나무였고 요나가 도망친 고래 배 속과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어두컴컴한 무덤에 모였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 부활하신 주님이 오시어 성령을 불어넣어 주셨다. 그러자 무덤의 어둠이 “밝은 어둠”으로, 곧 생명을 탄생하는 “어미의 자궁”으로 변한다. 용서하라는 말씀(힘)을 받은 까닭이다. 성령은 알렉산더 대왕의 칼날이 되어 온 존재를 꽁꽁 묶고 있던 속박의 밧줄을 끊어낸다. 그 힘은 앙상한 가지에 스며드는 봄볕과 같다. 이제 무덤에서 빛이 새어 나오고, 슬픔에서 기쁨이 솟구치고, 죽음에서 생명이 피어난다. 용서가 부활이고, 용서함이 부활 체험이다. 화해가 생명이고, 화해함이 생명이신 하느님 체험이다.


그러나 “설교자의 말은 결국 위선이다.”(필자의 명언)라는 말이 있다. 용서와 화해는 결코 쉽지 않다. 하느님의 자비가 필요하다. 신약성경에서 자비는 단지 연민이나 동정심이 아니다. 행위였다. 너의 잘못과 죄를 추궁하지 않았던 아버지, 회개를 요구하지 않은 아버지가 생각난다. 그 말은 첫째 아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잘못이나 죄를 보지 않았다. 아니, 생각에서도 없었다. 그저 두 팔로 죄인인 아들이 아닌,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아들을 껴안았다. 용서와 화해에도 낮춤과 겸손이 필요하다. 동시에 너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곧 십자가와 부활(죽음의 통과)의 자세가 아니고서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입을 열어본다. 화해되지 않고 있는 이 시간이 많은 이들의 기도와 바람을 허무하게 만들지라도 말이다. 그 제안은 다음과 같다. “우리 스스로를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인으로 의식한다면, 그를 내 양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양으로 볼 수 있다면, 우리 자신을 그리스도의 대리자가 아닌 그리스도의 종으로 생각한다면”이라는 이 가정(if)이 실제로 가정이 아니 되도록 살아보자는 것이다(---). 결국 필자의 명언대로, 설교가 정말 개소리로 끝나게 되었다. 용서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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