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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김정훈 도미니코 신부

하느님의 유혹

 

하느님은 우리를 유혹하신다. 다양한 방법으로 유혹하시지만, 특히 고난과 한계를 주심으로 우리를 유혹하신다. 그런 상황을 겪으며 인간이 ‘나실현’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하시는 것이다. 사람은 그런 하느님의 유혹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면서 초월의 길로 나아가고자 한다.


반대로, 똑같은 고난과 한계 상황에서 악마의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악마의 유혹에 빠진 인간은 ‘힘 크기’를 추구한다. 더 많은 것을 움켜쥐고 더 높은 자리에 올라야만, 고난을 이겨내고, 아니 고난을 겪지 않고 한계를 느끼지 않을 거라 여긴다. 다르게 말하면 현실에 대한 ‘회피’이다. 하느님 유혹에 빠진 이는 ‘방향’을 추구한다. 더 비워내고, 더 낮은 자리에서, 철저하게 ‘정신’을 영글어 낸다. 


힘 크기, 곧 권력과 재물을 원하는 이들이 볼 때 방향을 추구하는 이는 바보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힘 크기에 머무는 이는 가진 게 아무리 커도 딱 그 크기만큼의 힘만을 가지지만, 방향을 추구하는 이는 무한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니 진짜 바보는 힘 크기에 집착하는 인간이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 바로 힘 크기와 방향의 싸움이다. 방향이 있다면, 제아무리 큰 덩치도 이겨낼 수 있다.


예레미야의 다섯 번에 걸친 고백은,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했고 자신의 한계를 깊이 체험하는지를 보여준다. 고통이 커질수록, 한계를 크게 느낄수록, 예레미야는 방향적으로 더 강해진다. 


로마서를 통해 바오로는, 힘 크기만 추구하는 현세에 동화되지 않고 정신을 새롭게, 곧 방향을 만들어야 변화될 수 있다고 가르친다. 


고난을 앞에 두고 예수님은 하느님 뜻에 일치하는 방향을 추구하시지만, 베드로는 반박하며 악마 유혹의 길로 빠져든다. 예수님의 일은 하느님 뜻에 맞는 일, 모두에게 필요하고 유익한 일이지만, 베드로는 힘 크기의 관점에서만 보며, 자신이 싫어하는 일은 나쁜 일이라 여긴다. 베드로의 모습이 대부분 우리 인간의 모습, 신앙인이라는 우리의 모습이다.


하느님은 우리를 부르신다. 그분이 우리를 유혹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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