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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이재혁 안드레아 아벨리니 신부

성령으로 하나 되어

 

성령 강림 대축일은 제가 있는 독일 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공동체의 날(본당의 날)입니다. 일반적으로 공동체의 날은 설립일이나 공동체 주보 성인의 축일에 기념하는데, 성령 강림 대축일에 공동체의 날을 기념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성령 강림 대축일이 초대 교회의 탄생일이고, 모든 신앙 공동체의 축일이기 때문입니다. 


성령으로 가득 찬 제자들은 여러 언어로 하느님의 위업을 담대하게 선포하기 시작합니다. 여러 지방과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같은 복음을 듣게 되고 하나가 되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그처럼 한국에서는 각기 다른 지역에 살았고 방언(사투리)을 하던 사람들이 여기 독일 함부르크에 모여 한 신앙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독일어가 더 편한 독일인 배우자나 여기에서 태어난 한인 2세들도 한국어 미사에 참여하고 친교를 나눕니다. 방언이나 외국어를 하지만 성령으로 하나 되어 신앙 공동체를 이루었던 초대 교회의 모범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으로 하나 되어(in unitate Spiritus Sancti) 전능하신 천주 성부 모든 영예와 영광을 영원히 받으소서.” 미사 가운데 성찬의 전례에서 감사기도 마침 영광송은 성령으로 하나 되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성령에 대하여 성부와 성자의 사랑 자체이시며 성부와 성자를 하나 되게 하시는 일치와 사랑의 끈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사랑의 끈인 성령께서는 인간이 하느님과 하나 되도록 인도하십니다. 또한 일치의 영인 성령께서는 인간과 인간을 하나로 엮어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은사를 베풀어 주십니다. 성령 안에서 하느님께서는 삼위일체의 신비를 이루시고, 신앙 공동체는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신비체가 됩니다. 여럿인 개인, 즉 각기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루며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통신이 발달된 시대에 살고 있기에 지구 반대편에 살면서도,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소통할 수 있습니다. ‘Social Network Service’(사회관계망 서비스)의 줄임말인 ‘SNS’라는 표현이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의 다른 이와 소통할 수 있고, 자신의 의견이나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알릴 수 있습니다. 통신의 시대에 살며, 소통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문화 속에 있지만 놀랍게도 ‘고독사’ ‘사회적 고립’이라는 단어가 어느 시대보다 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외적으로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통신 기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내적인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고독과 외로움은 여전히 인류에게 숙제로 남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다락방에서 홀로 모니터 앞에 앉은 사람들과 문을 닫아걸고 손에 휴대전화를 쥐고 있는 사람들에게 성령의 숨을 불어넣어 주고자 하십니다. 인류에게 새로운 창조가 시작됩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SNS를 시작해야 합니다. ‘Spiritual Network Service’입니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하느님을 찾아 알고, 하느님과 하나 될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실 것입니다. 개인과 개인이 사랑의 끈인 성령으로 연결된다면 참된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을 기념하며 다락방의 제자들이 신앙 공동체로 변화되었던 것과 같이 서로 다른 생각, 의견, 언어를 가진 이들이 성령으로 하나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각기 다른 연령이며, 여러 지방 사투리, 다른 언어를 쓰지만 독일 함부르크에 모여 함께 신앙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이들이 성령 안에서 사랑과 친교의 인사를 여러분에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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