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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유청 안셀모 신부

뒤로, 뒤로

 

제자는 스승과 함께 길을 걷는 사람입니다. 함께 길을 걷되 스승의 뒤를 따라 걷는 사람입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실 때 “나를 따라오너라”(마르 1,17)는 곧, ‘내 뒤로 오너라’라는 말과 같은 것입니다.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마르 8,29)라는 베드로의 고백에는 ‘나는 당신의 뒤를 따르는 제자입니다’라는 고백도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 베드로의 고백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주님께서는 당신 수난에 대한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러자 갑자기 베드로가 예수님을 꼭 붙들고 반박을 하였습니다. ‘반박하다’는 말은 ‘책망하다’, ‘꾸짖다’, ‘나무라다’, ‘비난하다’는 등의 뜻이 있습니다. 베드로가 주님 앞에 나섬으로써 본인이 스승의 자리에, 주님께서 제자의 자리에 들어선 모양이 되었습니다.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꾸짖으십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마르 8,33) 이는 “내 뒤로 가라, 사탄아”라는 말입니다. 주님께서는 베드로의 자리를 다시 정정해 주십니다. “내 뒤로 가라.” 처음 베드로를 부르셨을 때, 당신을 따랐던 그 모습으로 돌아가라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사탄이 하는 일이 드러납니다. 주님을 자신의 뒤로 밀쳐내는 것, 주님 자리에 자신이 들어서려고 하는 것,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 것, 십자가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 이러한 것들이 바로 사탄이 하는 일입니다.


주님을 스승으로 모시는 우리의 올바른 자세는 자신을 늘 주님 뒤에 놓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사람이지 주님께 내 생각을 강요하고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내 계획에 주님의 계획을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계획에 나를 포함시켜야 합니다. “누가 감히 그분에게 의견을 드리고 이래라저래라 하며 그분에게 바른길을 가르쳐 드릴 수 있겠습니까?”(이사 40,14 참조) 


주님께서는 베드로를 꾸짖음으로써 다시금 우리의 자리를 상기시켜 주십니다. 


나대지 말고 뒤에서 따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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