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21 추천 수 0 댓글 0
Extra Form
강 론 이강현 베드로 신부

소유와 포기 그리고 그로부터 자유로움

 

예수님은 풍족하지 못한 집안에서 태어나셨다. 예수님의 출생 후에 마리아와 요셉이 가난한 이들이 바치는 제물을 성전에 바치고 있는 모습만 보아도 그 사실을 알 수 있다(루카 2,24). 그렇다고 예수님께서 궁핍한 생활을 하신 것은 아니다. 예수님께는 공생활에서 생계에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는 여인들이 있었고(루카 8,1-3), 제자들과 공동의 돈주머니가 있었으며 그것은 필요한 것을 사거나 자선을 베풀 수도 있을 정도였다(요한 13,29). 그리고 예수님은 세례자 요한과 다르게 금욕적인 삶의 태도를 보이지도 않으셨다. 그리스도 예수님의 삶은 결핍을 감수하는 삶도 아니었고, 풍족하여 넘치는 삶도 아니었다. 이러한 주님의 삶이 위대한 이유는 온전히 자유로웠다는 데에 있다.


오늘 복음은 어쩌면 그리스도인의 두 가지 생활 양식을 알려준다. 소유의 삶과 포기의 삶이 그것이다. 소유의 삶은 오늘 복음에서는 나타나지만 십계명에도, 병행 구절에서도 나타나지 않는 계명, “횡령해서는 안 된다”로 설명되는 삶이다. 재물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그것을 소유하고, 그에 대해 감사하고, 양심적으로 관리하며, 유익한 일에 사용하고, 곤궁에 빠진 사람을 도우며 사는 삶이다. 포기의 삶은 베드로 사도의 말처럼, 모든 소유를 포기하고 예수님을 따르는 삶을 의미한다. 복음에서 질문하는 이는 응답하지 못하고 돌아섰지만, 개인적인 부르심과 자발적인 응답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포기의 삶이다. 소유의 삶이든 포기의 삶이든, 관건은 각자의 삶에서 예수님의 자유로움에 얼마나 참여하는가에 달려있다. 소유에 집착하거나, 포기한 것에 대한 보상만을 생각한다면 예수님의 자유로움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삶이 되는 것이다.


이 자유로움은 서약이나 서품으로 완성되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자선의 행동으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빵의 기적을 두 번이나 경험했음에도 빵이 없다고 수군거렸던 제자들처럼(마르 8,16-21), 예수님의 자유로움은 특별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계속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계속해서 물질적인 필요를 가지게 되는 지상의 조건 안에서 우리들은 어쩌면 마지막 순간까지 온전히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변함없이 분명하다. 예수님의 자유로움이다. 무엇을 소유했지만 소유하지 않은 사람처럼 자유롭고(1코린 7,29-31),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을 쓰레기로 여기는 자유로움(필리 3,8)을 우리 모두가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1. 10월 31일 연중 제31주일 강론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온전한 하나의 사랑입니다 사랑에 대해서는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습니다. 알 만한 철학자의 말을 굳이 빌려 쓰지 않더라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은 우리 삶에 의미를 주는 가장 핵심 요소임이 분명한 듯합니다. 오늘 복음(마...
    Date2021.10.28 Views170 file
    Read More
  2. 10월 24일 연중 제30주일(전교 주일) 강론

    전교 + 복음화 = 함께 살기 이번 주일은 선교를 위해 노력하는 선교사와 선교 지역의 교회에 도움을 주고, 하느님을 잘 알지 못하는 이웃들에게, 또 알면서도 외면하는 우리 가족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전교 주일입니다. 특별히 신앙의 자유를 잃고 힘...
    Date2021.10.21 Views164 file
    Read More
  3. 10월 17일 연중 제29주일

    원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 원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다릅니다. 또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도 다릅니다. 항상 문제는 이것들을 구별하지 못한 채 모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원하지만 할 수 없는 것들이 있고, ...
    Date2021.10.14 Views112 file
    Read More
  4. 10월 10일 연중 제28주일

    소유와 포기 그리고 그로부터 자유로움 예수님은 풍족하지 못한 집안에서 태어나셨다. 예수님의 출생 후에 마리아와 요셉이 가난한 이들이 바치는 제물을 성전에 바치고 있는 모습만 보아도 그 사실을 알 수 있다(루카 2,24). 그렇다고 예수님께서 궁핍한 생활...
    Date2021.10.07 Views121 file
    Read More
  5. 10월 3일 연중 제27주일(군인 주일)

    복음이 상식이 되는 사회 ‘상식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누구나 한 번은 들어본 주장입니다. 상식을 갖춘 사람이길 바라고 그래서 담고 있는 내용을 알아야 하는 상식이라 주장하는 책은 많이 팔리고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당장 사용할 수 있고 경...
    Date2021.09.28 Views137 file
    Read More
  6. 9월 26일 연중 제26주일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마음의 마스크 너머로 마스크 덕분으로 우리는 건강을 유지합니다. 꼭 필요한 마스크임에도, 때론 갑갑하고, 상대방의 입모양과 표정을 알아채기 힘들어 불편합니다. 더 아쉬운 건, 마스크와 함께 서로의 마음이 가려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음의 거리두기...
    Date2021.09.23 Views190 file
    Read More
  7.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

    영적 투쟁의 정당한 결과로 받아들인 죽음, 순교 우리나라 천주교 신앙공동체는 조선시대에 학문으로 시작되어 자생적으로 생겼으나, 9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러 차례 박해를 받았다. 박해의 시발점은 각 사건마다 다르지만, 그 목적은 천주교를 말살하려는 ...
    Date2021.09.16 Views186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26 Next
/ 26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