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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김동영 아우구스티노 신부

마음의 마스크 너머로

 

마스크 덕분으로 우리는 건강을 유지합니다. 꼭 필요한 마스크임에도, 때론 갑갑하고, 상대방의 입모양과 표정을 알아채기 힘들어 불편합니다. 더 아쉬운 건, 마스크와 함께 서로의 마음이 가려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음의 거리두기가 점점 익숙해지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몸의 건강은 마스크가 지켜줍니다. 하지만 그것만 생각하다, 서로의 온기가 꼭 필요한 마음 건강은 조직(정밀) 검사가 필요할지도 모를 요즘입니다. 


오늘 복음, 요한의 말에서도 마스크에 가려지는 부위가 얼굴뿐만이 아닐 수 있겠다는 묵상을 해봅니다. 제자들은 자신들을 따르지 않는 누군가가 마귀를 쫓아내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구원이신 분의 이름으로 하느님의 일이 이루어집니다. 그 일이 마귀를 쫓아내는 일이었다면, 죽음의 세력으로부터의 해방이 얼마나 큰 기쁨을 주고 충만한 생명을 누리게 했을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그 일을 막아보려 합니다. 하느님의 도구가 되었던 그가 공적으로 신앙을 고백하지도 않고, 공동체의 울타리 밖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를 막아서려 했던 제자들의 판단은 마음의 마스크처럼 보입니다. 자신의 공동체만의 안전(건강)을 위한 KF94! 하지만 그 마스크로 인해 가장 중요한 하느님의 마음(뜻)이 제자들에게 가려져 버리고 맙니다.


세상 모든 피조물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구원 의지는 제자들의 공동체 안팎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를 살리기(치료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많은 이들의 마음에서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거룩함을 발견합니다. 그들은 온몸에 마스크를 두르고 있을지언정 결코 마음의 마스크는 쓰지 않았습니다. 


비단 감염병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상 곳곳에서 신앙의 이유가 아닐지라도 선한 일을 하는 이들의 마음이 세상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모든 체험과 생각을 넘어서는 하느님의 구원 신비 앞에 겸허히 우리 자신을 열어두어야 합니다. ‘설마 저 사람에게서 하느님의 일이…’ 하는 판단의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면, 구원의 신비는 도처에서 우리를 초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특별히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을 맞이하면서, 마음의 마스크 너머로 우리의 존재를 향할 수 있는 은혜를 청해 봅니다. “부디 더 이상 ‘다른 이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우리’만 있게 되기를 바라”(프란치스코 교황, 107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담화)며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의 마스크를 친히 벗겨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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