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신앙
2023.01.12 11:18

시극 『순교자의 딸 유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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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희근 요셉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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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극은 필자의 시, 평론, 수필 외의 장르로서는 처음으로 쓴 창작집이다. 2016년 초봄 당시 우리 교구 총대리 배기현 신부님께서 복자 유항검 순교자의 딸에 관한 자료를 필자에게 넘겨주시고 이를 가지고 어떤 형태로든 문학 작품화를 시도해 볼 수 없겠느냐고 타진해 오셨다. 그 자료는 천주가사 연구가 하성래 교수가 쓴 <거제로 유배된 유항검의 딸 유섬이의 삶>(2014, 4월 호 교회와 역사)이었다. 


그 글은 9살 여자 아이 유섬이가 1801년 신유박해 때 부모를 순교로 잃고 큰 오빠와 둘째 오빠까지 처형된 뒤 거제부 관비로 유배되어 동정을 지키며 71세까지 살다가 죽은 참으로 슬프고 거룩한 내용이었다. 하 교수는 필자가 학위논문을 쓸 때 참고자료로 쓴 <천주가사> 연구가로 알고 있었던 분이어서 친숙감이 있었다. 그런데 하 교수는 우연히 거제도호부사를 역임한 하겸락의 문집 <사헌유집>의 해제를 집필하다가 그 뒷부분 <부거제附巨濟>에 들어있는 유섬이의 사연을 발견하고 그 거룩한 행적과 앞뒤 관련 자료를 보탤 수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유섬이를 단순히 유섬이 한 사람의 비극적 생애로 읽지 않았다. 교회 초기의 피바람과 유섬이의 올케 언니 이순이 누갈다의 실천적 신앙의 표양을 연결하면서 이야기가 갖는 숨은 감동의 물결에 휩싸였다. 총대리 신부님께 시극을 써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작품을 공적으로 표명하고 쓴다는 일은 소소한 축시나 행사시를 제외하고는 시력 50년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모험을 거는 일이었지만 갈매기 우는 바닷가 섬마을에서 홀로 눈물 흘리며 섬처럼 떠서 파도에 일렁이는 삶을 살아낸 그 생애를 두고 도무지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전 4막으로 주인공의 생애를 극화하면서 필자는 유섬이가 되어 같이 기도하고 같이 울었다. 이렇게 쓰인 『순교자의 딸 유섬이』의 경우 기본적인 액자 속에 전개되는 인물이나 사건들은 대부분이 상상이고 창작의 산물이다. 만약 다른 작가의 손으로 쓰인다면 다른 각 편으로 독자들 머리맡에 놓일 것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이 마무리되는 단계에 들어갈 즈음 총대리 신부님께서 제5대 마산교구 교구장 주교님이 되셨다. 이 일도 참으로 극적이었다. 콘스탄틴 주교님의 교구 50주년 기념행사 스케줄에 따라 시극의 세미 뮤지컬로의 각색과 공연 과정이 순조로이 진행되어 2년에 걸친 서울, 전주, 진주, 거제, 창원, 마산 공연이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 여기 공연에 힘이 된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공연을 한 달여 앞두고 이 작품이 가톨릭신문사에서 주는 20회 가톨릭문학상 특별상을 받은 것이 그 하나이고, 故 장익 주교님께서 이 작품의 작품성에 주목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 것이 그 둘째였다. 


어쨌든 이 작품의 흐름은 프롤로그, 피어린 초남이 마을, 안골의 달, 매화나무에 매화나무, 유처녀의 성城, 에필로그 순이었다. 순교 과정의 전주 초남이 마을, 유배된 이후 섬이의 삶, 누갈다 올케 언니를 닮아 온갖 유혹을 물리친 사생활, 마을에서 유처녀를 지켜준 사건들 등이 파노라마처럼 흘렀다. 필자에게는 이 작품 이후 유섬이의 정신, 유항검 복자의 가족 신앙이 행동의 지침이다. 가족들 다 주님께로 가고 홀로 남아 갈매기처럼 떠다닌 불쌍한 우리 유섬이, 그 눈물에 부끄럽지 않은 생애를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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