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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 아기 예수는 우리의 선물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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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

- 아기 예수는 우리의 선물 -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경축하는 성탄절이 다가왔습니다. 여러분 가정에 탄생하시는 아기 예수님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이 성탄절에 우리 모두가 아기 예수님을 하느님의 큰 선물로 받아 모시게 되기를 바랍니다. 선물은 그것을 누가 주느냐 그리고 주는 분의 정성이 얼마나 담겨 있느냐 하는 것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선물이 나에게 얼마나 귀중하며 가치가 있느냐에 따라서 그 값어치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오늘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의 외아들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만왕의 왕이시며 우리의 주인이신 분께서 당신의 가장 사랑하시는 외아들을 내어 주신 것입니다. 그 외아들로 말미암아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으니 이 보다 더 값지고 귀한 선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예수님 탄생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우리의 현실
성탄절이 되면 우리는 예수님 탄생을 기록한 루가 복음의 말씀을 떠올리게 됩니다. 고요한 하늘에 별이 총총하던 어느 한 겨울 밤, 베들레헴 근처에서 밤을 세워가며 양떼를 지키던 목동들에게 하늘의 천사들이 나타나서, “오늘 밤 너희의 구세주께서 다윗의 고을에 나셨다”(2,11)고 구세주 탄생을 알립니다. 그 때에 “갑자기 수많은 하늘의 군대가 나타나... 하느님을 찬양”하며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라고 노래합니다. 순진한 목동들은 놀라서 ‘어서 베들레헴으로 가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알려주신 그 사실을 보자’(상동 2,15)하면서 앞다투어 달려가 말구유에 누워 게신 아기 예수를 만나 경배하고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전합니다. 우리는 기꺼이 이 놀랍고도 정겨운 사실들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주일학교 어린이들은 그것을 연극으로 감명 깊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 탄생의 시대적 배경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 그 시기는 결코 평온하고 안정된 상황은 아니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당시 로마 황제였던 아우구스토가 온 천하에 내린 호구조사령을 생각해보면 가히 짐작이 가는 일입니다. 호구 조사는 통상적으로 국가통치 차원에서 시행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매5년마다 진국의 인구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팔레스티나를 식민 지배하던 로마 제국의 입장에서 호구조사는 단순한 국민 통치의 목적을 넘어서 백성의 숫자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세금징수의 증대와 더 많은 노역 인원을 파악하고 확보하기 위한 하나의 식민 통치의 수단이었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따라서 뜻밖에 점령국인 로마가 ‘처음으로’ 실시하는 호구조사의 소문이 퍼지자 민심은 흉흉해질 수밖에 없고, 많은 사람들이 움직임으로써 소란하고 불안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었을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생각해 볼때에 예수님은 불안하고 소란할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탄생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국가와 사회의 상황이 그러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욱 간절히 메시아를 바라고 기다리던 때에 예수님은 태어나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의 탄생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참으로 기쁜 소식이며 구원의 희망이었을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어떠합니까? IMF가 이미 지나갔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실제로 우리는 어려움에 허덕이며 살고 있습니다. 겨울의 추위만큼이나 얼어붙은 우리들의 마음입니다. 대학생들이 경제난 때문에 휴학을 하고, 학교를 졸업한다 해도 취직이나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는 오늘의 실정입니다. 경제적 어려움이 겹치는 가운데 민심은 흉흉해 지고 각종 강력범이 늘어나는가 하면 각종 사회악이 독버섯처럼 늘어나고 있는 사실들이 신문의 사회면을 메우고 있습니다. 어쩌면 예수님께서 탄생하실 당시의 이스라엘의 상황과 비슷한 점이 있다 하겠습니다.
임마누엘;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그래도 우리가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경축하고 기뻐할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그것은 그분이 호화로운 왕궁에서 왕자같이 탄생하신 것이 아니라, 집도 없이 초라하게 말구유간에서 탄생하셨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크나큰 위안과 희망을 안겨주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만일 그분이 왕궁에서 왕자로 오셨다면 가난한 서민들은 그분을 만나 뵐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분이 가난하게 서민으로 오셨기 때문에 이제 누구든지 그리고 언제든지 어렵지 않게 그분을 찾아뵐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탄생을 복음사가 요한은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와 함께 계셨다”(1,14)고 하고, 마태오 복음사가는 이사야서를 인용하면서 “그 이름을 임마누엘(우리와 함께 계시다)이라 하리라”(1,23)하였습니다. 가난하게 서민으로 오시어 우리와 함께 하시는 메시아, 구세주, 그리스도! 그래서 우리는 그런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며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 뿐 아니라 예수님은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한 가정 안에 탄생하심으로 이제 우리는 그분의 형제 자매가 되고 한 가족이 된 것입니다. 참으로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크다란 선물입니다.
사랑하는 신자 여러분!
예수님의 성탄은 우리 모두와 인류에게 주어진 크나큰 선물입니다. 우리는 진정 이 큰 선물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 모셔야 할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이 큰 선물이 우리 자신에게 값지고 유용한 것이 되게 해야할 것입니다. 선물을 받고 그것을 사용하지 않거나 내 버린다면 그것은 아무 쓸모가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하시기 위해 (임마누엘)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만일 우리가 그분을 우리 안에 받아 모시지 않고 삶을 함께 나누지 않는다면 예수님께서 오신 목적이 달성되지 못할 것이고, 선물을 주시는 하느님의 실망이 클 것입니다.
예수님을 우리 마음 안에 모셔들입시다. 예수님을 우리의 생활안에 받아들입시다. 이번 성탄절이 예수님을 우리들 가정의 가장으로 모시고 성가정을 이루어 함께 행복한 가정생활을 시작하는 축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시금 예수 성탄의 축복이 여러분 가정에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2000년 아기 예수님의 탄생 대축일에,
교구장 박정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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